지역 대학, 노력하면 길은 열린다[기고/박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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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
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
확정된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일부 기업의 인사 데이터를 토대로 유추해 보면 의미 있는 그림이 드러난다.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주요 대기업들의 출신 대학별 종업원 수를 보면 국립창원대 출신이 두 번째로 많다. 여기에 졸업생 규모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1위라고 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숫자의 정확성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이 데이터가 말해 주는 것은 한 지역 대학이 지역 산업과 사회에서 차지하는 실질적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가장 많이, 가장 꾸준히 길러온 대학이 어디인지 가늠하게 해주는 하나의 지표일 뿐이다.

대기업의 투자는 이 흐름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LG전자가 국립창원대에 약 6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지역 대학의 변화 의지와 방향성이 있었다. LG전자 한 임원의 말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립창원대 총장님의 열정 하나를 믿고 투자했다.” 이 발언은 특정 개인을 치켜세우기 위한 수사가 아니다. 지역 대학이 스스로 변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보였을 때, 기업의 판단 역시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역 대학의 생존이 결국 예산이나 제도 이전에 사람과 리더십, 그리고 선택의 문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변화를 선택할 때 대학은 다시 신뢰의 대상이 되고, 그 신뢰는 투자와 협력으로 되돌아온다.

수도권 대학들은 한결같이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와 같은 세계 대학 랭킹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수, 연구자, 행정조직까지 전 구성원이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연구 실적, 산학협력, 국제화, 대외 평판까지 끌어올리느라 쉴 틈이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반면 일부 지역 대학에서는 제도 변화나 정부 지원 확대, 구조조정 유예를 요구하는 목소리만 반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구조적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만으로 현재의 위기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지역 소멸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스스로 무엇을 바꾸고, 어떻게 지역과 다시 연결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인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지 않냐” “변한다고 뭐가 달라지느냐”고 혹자는 말한다. 그러나 그런 태도로는 세상이 지켜주지 않는다. 변화하지 않는 조직은 도태된다. 대학도 예외일 수 없다. 몫과 책임은 언제나 함께 간다. 국가 최대 규모의 기계산업단지를 품은 도시에서 핵심 인력을 공급해 온 대학의 경험은, 지역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그 위상을 지키고 싶다면 세상의 변화 속도에 맞춰 스스로를 바꾸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지역 경제의 동반자로서 더 큰 역할과 신뢰를 기대할 수 있다.

환경과 제도만을 탓하며 변화를 미룬다면, 결국 외면받는 쪽은 대학 자신이 될 것이다. 지역 대학의 미래는 외부의 구제에만 있지 않다. 스스로 움직일 때 지역도 살아나고 대학도 산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이 지식의 독점을 무너뜨렸듯, 인공지능(AI)의 발전은 대학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고 있다.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에 머무를 것인지,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인지는 이제 각 대학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요구가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겠다는 분명한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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