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핵 언급 사라진 NCG… 갈수록 앙상해지는 核우산

  • 동아일보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간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이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제5차 회의를 열었으나 논의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이란 단어 자체가 사라졌다. 성명은 “핵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전 성명에 나왔던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이나 북한 정권을 향한 경고성 문구 등 북한 관련 표현이 모두 빠졌다.

이번 NCG 회의는 올 1월 제4차 회담 이후 11개월 만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이재명 정부의 출범 이후 처음 열린 회의였다. 전임 정부 시절인 2023년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으로 출범한 핵우산 강화 협의체가 양국 정권 교체 이후에도 계속 가동된다는 점에선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공동성명의 분량이 이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데다 ‘북한 정권 종말’ 경고나 ‘공동기획과 공동실행’ ‘전략자산의 가시성 증진’ 같은 주요 대목이 빠진 것은 한미 간 확장억제 논의가 갈수록 형해화하는 게 아닌지 우려를 낳게 한다.

이를 두고 우리 국방부는 “한미 간 협의의 성과를 간결하게 담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한미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일 것이다. 특히 최근 나온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북한이 거론조차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미국은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미 정상 간 만남을 추진하려는 마당에 북한의 반발을 부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핵우산 관련 도상연습도 비공개에 부치는 등 조용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려는 외교적 노력도 북핵 도발을 막는 억제력의 뒷받침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런 유화적 기조가 자칫 북한의 오판을 부를 수도 있다. 북한을 자극할 이유는 없지만 억제력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는 있다. 우리 정부가 ‘동맹 현대화’ 합의를 통해 방위비의 대폭 증액과 재래식 방어의 주도적 역할을 약속한 것도 미국의 북핵 억제력 강화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동맹 간 협의 결과에 누락과 생략이 많아졌지만, 그것이 닳고 해져 뼈대만 남은 핵우산의 실체는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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