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훈식 형, 현지 누나”… 뿌리째 도려내야 할 ‘농단의 싹’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3일 23시 24분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남국 대통령비서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과 문자를 나누고 있다. 뉴스핌 제공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남국 대통령비서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과 문자를 나누고 있다. 뉴스핌 제공
김남국 대통령디지털소통비서관이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문진석 의원으로부터 인사 청탁 메시지를 받은 뒤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에게 추천할게요”라고 답하는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화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김 비서관이 언급한 ‘형’과 ‘누나’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즉각적인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비판했고 민주당에서도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 의원이 부탁한 내용은 홍성범 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상무를 강 비서실장에게 KAMA 회장으로 추천해 달라는 것이다. KAMA는 완성차 업체들이 조직해 운영하는 민간 단체다. 대통령실이 인사에 관여할 수 있는 아무 권한이 없다. 더구나 대통령 일정 관리 등을 담당하는 김 부속실장은 인사 업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위치다. 문 의원과 김 비서관 모두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김 비서관이 두 사람에게 청탁을 전달하겠다고 했다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설령 대통령이 인사권을 가진 자리라고 해도 정상적 절차가 아닌 음성적 추천을 통해 인사가 이뤄지면 온갖 비리의 온상이 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비롯한 공직자 후보를 박 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미르재단 등 인사에도 관여했던 최순실 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 씨는 이를 바탕으로 이권을 챙겼고 국정농단의 한 축이 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김건희 여사 측근 전화번호로 인사 청탁을 한 정황이 특검에 포착됐다. 서희건설 회장이 김 여사에게 명품 목걸이를 주면서 사위 박성근 전 검사의 인사를 부탁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런 사례를 보더라도 농단과 비리의 싹은 그 뿌리를 도려내지 않으면 정권 자체를 흔드는 대형 스캔들이나 게이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김 비서관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고 밝혔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일벌백계를 위해서는 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비슷한 사례가 더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한 내부 점검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작은 구멍도 거대한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김남국#문진석#인사 청탁#강훈식#김현지#훈식 형#현지 누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