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남국 대통령비서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과 문자를 나누고 있다. 뉴스핌 제공
김남국 대통령디지털소통비서관이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문진석 의원으로부터 인사 청탁 메시지를 받은 뒤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에게 추천할게요”라고 답하는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화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김 비서관이 언급한 ‘형’과 ‘누나’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즉각적인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비판했고 민주당에서도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 의원이 부탁한 내용은 홍성범 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상무를 강 비서실장에게 KAMA 회장으로 추천해 달라는 것이다. KAMA는 완성차 업체들이 조직해 운영하는 민간 단체다. 대통령실이 인사에 관여할 수 있는 아무 권한이 없다. 더구나 대통령 일정 관리 등을 담당하는 김 부속실장은 인사 업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위치다. 문 의원과 김 비서관 모두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김 비서관이 두 사람에게 청탁을 전달하겠다고 했다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설령 대통령이 인사권을 가진 자리라고 해도 정상적 절차가 아닌 음성적 추천을 통해 인사가 이뤄지면 온갖 비리의 온상이 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비롯한 공직자 후보를 박 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미르재단 등 인사에도 관여했던 최순실 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 씨는 이를 바탕으로 이권을 챙겼고 국정농단의 한 축이 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김건희 여사 측근 전화번호로 인사 청탁을 한 정황이 특검에 포착됐다. 서희건설 회장이 김 여사에게 명품 목걸이를 주면서 사위 박성근 전 검사의 인사를 부탁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런 사례를 보더라도 농단과 비리의 싹은 그 뿌리를 도려내지 않으면 정권 자체를 흔드는 대형 스캔들이나 게이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김 비서관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고 밝혔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일벌백계를 위해서는 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비슷한 사례가 더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한 내부 점검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작은 구멍도 거대한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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