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조 전임자 수, 규정 9배 넘는 곳도… ‘노사 짬짜미’ 불법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9일 2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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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뉴스1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뉴스1
노동조합이 수억 원대 현금과 차량을 회사에서 지원받는 등 노사가 담합해 불법·부당 행위를 저지른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법정 한도보다 9배나 많은 노조 전임자를 둔 곳도 있었다. 이는 정부가 6∼8월 근로자 1000명 이상이면서 노조가 있는 기업과 공공기관 521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그동안 암암리에 묵인돼 온 노사 간 ‘불법 짬짜미’ 관행이 드러난 것이다.

정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대기업 노조는 사측으로부터 노조 전용 차량 10여 대와 현금 수억 원을 지원받았다. 노조 사무실에서 직접 고용한 직원의 월급을 기업에 부담시킨 노조도 있었다. 특히 노조 활동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주는 ‘근로시간 면제 제도’를 위반한 사례가 많았다. 규정상 근로시간이 면제되는 노조 전임자는 32명인데 무려 315명을 전임자로 둔 노조도 적발됐다. 사실상 일하지 않으면서 불법으로 월급을 받아 가는 노조 간부가 283명이나 된다는 뜻이다.

노사 간 부당·불법 지원은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해치고 기업 경영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런 이유로 현행 노동조합법은 사측이 과도하게 근로시간 면제를 적용하고 노조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을 부당 노동 행위로 간주해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 같은 위법 행위에 대해 정부의 감시·감독은 물론이고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 특권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는 근로시간 면제 제도와 관련해 지난 정부에서 세 차례 조사가 있었지만 모두 표본조사에 그쳤다. 노사 양측이 입을 맞추면 외부에서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이러는 사이 노조 집행부가 부당하게 금품·편의 등을 요구하고, 사측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노조와 적당히 타협하고 특혜를 주면서 노사 간 왜곡된 담합의 고리가 굳어진 것이다. 정부는 산업 현장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노사 간 짬짜미 구조를 서둘러 뿌리 뽑아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노사관계를 개선하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차제에 사측의 노조 운영비 지원을 투명화하는 한편 한 사업장에서 수십 명이 근무에서 제외되는 광범위한 근로시간 면제 제도도 손볼 필요가 있다.
#노사 짬짜미#근로시간 면제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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