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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메날두 시대의 황혼

입력 2022-03-29 03:00업데이트 2022-03-29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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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가 1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2021∼202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파리 생제르맹은 1, 2차전 합계 2-3으로 져 16강에서 탈락했다. 마드리드=AP 뉴시스
이원홍 전문기자
“양심 있으면 떠나라.” “없는 게 낫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35·파리생제르맹·PSG)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두고 최근 유럽 축구계 안팎에서 들려온 말이다. 신(神)에 가까운 능력을 가졌다던 메시와 호날두를 두고 했다기에는 쉽게 믿어지지 않는 말들이다.

메시와 호날두는 올해 들어 소속팀인 PSG(프랑스)와 맨유(잉글랜드)에서의 활약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메시는 2021∼202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PSG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 패해 탈락한 뒤 집단 야유와 조롱을 받았다. 최근 한 평론가로부터 ‘올해 안에 떠나라’는 말까지 들었다.

호날두가 이끌던 맨유 역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에 패해 8강에 오르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그의 경기력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득점력이 예전만 못한데도 그가 여전히 주변 선수들에게 자신에게 패스를 집중해 줄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팀워크가 깨지기 일쑤이고 그 없이 경기하는 게 오히려 낫다는 동료들의 푸념까지 들려오고 있다.

메시는 이번 시즌 프랑스 리그1에서 2골을 넣어 득점 순위 96위에 올라 있지만 도움에서는 10개로 공동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호날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올해 초 부진했지만 최근 들어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어쨌든 이번 시즌 12득점으로 공동 4위를 달리는 중이다. 이들은 분명 나이에 비해 여전히 경이로운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은 그들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니 당연히 세계 최고의 성적을 내줄 것을 기대했지만 그에 못 미친 데 대한 실망감이 극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불만들이 보여주는 한 가지는 확실하다. 메시와 호날두가 더 이상 찬양 일색의 평가만을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이 다스리던 시대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 앞서 역대 최고 축구선수로 꼽혀 왔던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와 펠레(82·브라질)는 각각 37세에 은퇴했다. 이들의 은퇴 나이에 근접하고 있는 메시와 호날두는 개인 기록만으로는 이들을 넘어섰다. 메시는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에서 158경기 80골, 클럽에서 804경기 679골을 기록 중이다. 호날두는 A매치 185경기 115골, 클럽에서 927경기 692골을 넣었다. 마라도나는 A매치 91경기 34골, 클럽 588경기 310골이었다. 펠레의 기록은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지만 A매치 97경기 77골, 클럽 721경기 680골 정도로 추산된다. 현재 호날두는 A매치 역대 최다 골과 개인 통산 최다 골(807골) 기록 보유자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메시와 호날두가 지금 당장 은퇴한다면 역대 최고의 선수 평가에서 마라도나와 펠레를 넘어서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월드컵 때문이다. 지구 최대의 축구 잔치인 월드컵에서 펠레는 1958, 1962, 1970년 대회에서 3차례 우승했다. 마라도나는 1986년 대회에서 우승했다. 반면 메시와 호날두는 아직 월드컵 우승 경험이 없다.

월드컵이 모든 평가의 기준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축구 최고의 무대인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는지는 축구사에 기록될 이들의 평가에 있어서 중요하다. 펠레와 마라도나가 무엇보다 월드컵 우승을 통해 불멸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것도 사실이다.

메시와 호날두에게 여전히 소속팀 팬들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고국 팬들은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원한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우승을 맛봤고 매 시즌 기회가 있는 챔피언스리그보다는 아직 우승 경험이 없고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이 그들에게는 더 절실한 목표일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월드컵 출전을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고 월드컵 출전 여부가 불분명해지는 순간이 이들의 은퇴 분기점이 될 수 있다.

30대 중후반인 이들에게 기회는 많지 않다. 그래서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시킬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4년 뒤에는 체력적으로 볼 때 이들이 주연보다는 조연이 될 수밖에 없다. 메시와 호날두에게는 올해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한 해가 될 수 있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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