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기자의 對話]“돼지 췌도이식 임상 성공하면… 당뇨병 근본 치료 가능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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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규 전 서울대 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

불법임을 알면서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장기밀매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의 마음은 어떨까. 박정규 교수는 “이식 대기 중 사망하거나 알면서도 불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종장기이식 분야 연구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불법임을 알면서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장기밀매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의 마음은 어떨까. 박정규 교수는 “이식 대기 중 사망하거나 알면서도 불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종장기이식 분야 연구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진구 기자
이진구 기자
《7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 심장이 사람에게 이식됐다. 수술을 받은 데이비드 베닛(58)은 보름여가 지난 지금까지 생존 중. 박정규 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미국도 한 해 6000여 명이 대기 중 사망할 정도로 기증 장기가 부족하다”며 “장기 이식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환자들에게는 가뭄 끝에 단비 같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세계 최초로 무균돼지의 췌도를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신청해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베닛이 어느 정도 생존하면 성공이라고 볼 수 있나.

“이식 직후 48시간이 가장 위험한데 그 시간은 무사히 넘겼다. 이종장기 이식의 첫 번째 목표는 ‘브리지(bridge)’ 개념인데, 사람 장기를 이식 받을 때까지 견뎌주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2∼3개월만 베닛이 생존해도 엄청난 성공이다. 보통 원숭이로 시험했을 때는 6개월 정도 생존하면 충분히 성공한 걸로 본다.”

―그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던데, 사람 장기이식은 왜 못한 건가.

“인공심장은 부정맥이 심해 달 수 없었고, 사람 심장은 의사 말을 안 들어서 받을 수 없었다고 하더라.” (말을 안 들었다고?) “과거에 한 번 사람 심장을 이식 받은 적이 있는데 이후 의사 지시를 잘 안 지켜서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났던 것 같다. 면역억제제를 제대로 복용하지 않은 거지. 이런 사람들은 대기자 리스트에서 완전히 바닥으로 밀린다. 장기이식을 받는 건 굉장한 행운이다. 그 어려운 걸 받았는데 의사 지시를 안 따라서 다시 문제가 생겼으니 또 해주겠나.” (말 잘 듣게 보이지는 않더라.) “그가 ‘죽거나 돼지 심장을 이식받는 것 외에는 선택이 없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게 그런 까닭이다.”

※이식 환자들은 면역체계가 이식된 장기를 외부 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는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베닛이 선택된 이유가 있을까.

“속사정이…베닛을 수술한 미 메릴랜드대학팀은 돼지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해서 3년 동안 살리는 등 아주 오랫동안 이종이식 연구를 해왔다. 그래서 미 식품의약국(FDA)에 이종장기이식 임상시험을 신청했는데, FDA에서 개코원숭이 10마리를 더 시험한 결과를 가져오라고 했다. 돈이 없어서 못하고 있었는데 그때 베닛이 나타난 거다.” (개코원숭이가 비싼가.) “우리 돈으로 한 마리에 약 5억 원 정도 한다. 베닛이 직접 정보를 안 건 아닌 것 같고, 심장 질환으로 입원 중이었으니까 의사가 인공심장은 안 되고, 사람 심장은 받기 어려우니 돼지 심장 이식을 받아보겠냐고 권유한 것 같다.”

―돼지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신청했는데, 임상이 성공하면 어떤 문제가 해결되는 건가.

“췌도 세포에서 인슐린을 거의 만들지 못하는 게 제1형 당뇨병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걸리기 때문에 소아나 청소년 환자가 많은데, 췌도 이식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사람의 췌도 이식은 굉장히 어렵다.” (기증자가 적기 때문인가.) “췌도는 췌장 안에 있는데, 마치 섬처럼 띄엄띄엄 박혀 있다. 그래서 췌장을 떼어낸 뒤 다시 췌도만 골라내야 하는데 아무리 수술을 잘해도 손실이 발생한다. 또 뇌사자에게서 장기를 적출할 때 췌장을 가장 마지막에 떼어내기 때문에 장기에 손상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2∼4명 것을 모아야 한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다. 장기이식 자체가 대기자의 10% 정도만 기회가 오는데, 췌도는 2∼4명분을 모아야 하니 더 어려운 거다. 어른도 물론이지만 고통 받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든 구해야 하는데….”

※1형 당뇨병은 징병검사에서 5급(제2국민역)에 해당한다. 크론병, 모야모야병, 양성뇌종양, 검사로 확인된 뇌전증 등이 같은 등급이다.

―기증 장기가 워낙 부족하다 보니 불법인 줄 알면서도 장기 밀매를 하는 환자가 많다고 하던데….

“중국이나 파키스탄, 인도 이런 데서 수술 받고 오는 사람이 많은데… 심각하다. 국내에서 이식 수술을 받은 기록은 없는데, 이식 후 면역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그렇다고 보면 된다. 더군다나 고령화로 기증을 해도 쓸 수 없는 것도 늘고 있다. 각막은 라식을 하면 쓸 수도 없고. 그래서 이종장기이식이 대안인데 갈 길이 너무 멀다. 사회적 관심도 많이 부족하고. 지금도 미국에서 돼지 심장 이식을 했으니까 관심을 받는 거지 만약 그런 게 없었으면 이종이식이 뭔지도 몰랐을 거다.”

―임상을 승인 받는 게 그렇게 힘든가.

“사연이 좀 긴데… 2004년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 출범했지만 10여 년이 지나도록 법이 없어서 임상을 할 수 없었다. 복지부와 식약처는 서로 넘겼고.” (핑퐁게임을 한 건가.) “복지부는 돼지 췌도 세포 이식은 세포치료제의 일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식약처에 신청하면 검토할 수 있을 거라 하고, 식약처는 이름은 세포지만 췌도가 장기로 구분되기 때문에 세포치료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고….”

―임상을 하지 못하면 연구한 게 다 물거품이 되지 않나.

“그래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임상을 하려면 관련 법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그 준비를 했다. 그런데 법안 초안을 만들고, 정부 입법이 어려울 것 같아 국회의원들도 찾아갔는데 별로 관심이 없더라. 이게 언제 된다고 지금 만드느냐는… 그런 반응이었다.” (연구가 다 끝날 때가 돼서야 간신히 법이 만들어졌던데.) “2018년 5월 급하게 미국으로 갔다. 이듬해 5월이면 사업단을 해체해야 했는데, 그 오랜 시간을 고생해 연구하고 임상도 못하고 없어지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게 되니까. 외국 전문가들에게 우리 임상계획서를 보여주고 가능한지 검토해 달라고 했다. 이후 국내 실사 등을 거쳐 검토 결과를 발표했는데 미 FDA에서도 승인 받을 수 있을 정도라는 기사가 나가자 식약처에서 연락이 왔다. 검토해 보겠다고.”

※이종장기이식 임상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2019년 8월에야 통과돼 2020년 9월 시행됐다.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데이비드 베닛(오른쪽).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데이비드 베닛(오른쪽).
―그런데 왜 아직도 승인이 안 난 건가.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 신중을 기하기 위해 추가 자료 요구가 많았다. 돼지는 인간에게 없는 바이러스(레트로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염 우려를 확실하게 없애야 했다. 면역거부반응도 없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담당자가 바뀌기도 했고….”

―사업단 차원에서 임상을 하면 안 됐던 건가. 금지하는 법은 없었다던데….

“금지하는 법은 없었지만, 동물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면 인수공통감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동물에 있던 이상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들어가 신종 바이러스 질환이 생겼는데, 이 사람이 세계 여행을 다니면서 퍼뜨리면 마치 코로나19처럼 될 수 있는 거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이종이식학회(IXA) 등 국제기관들이 합의한 게, 반드시 국가의 법체계 안에서 임상시험을 하도록 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을 보다 보면 문득 무서워질 때가 있는데… 영화 ‘아일랜드’처럼 인간복제 시대가 정말 올까.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시기가 올 거다. 요즘은 그 전 단계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돼지가 사람의 췌장을 갖고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동물이 사람 장기를 갖고 태어난다고?) “집쥐의 어떤 유전자를 제거하면 췌장을 안 갖고 태어나게 할 수 있다. 여기에 착상 때 생쥐 줄기세포를 넣어주면 생쥐의 췌장을 가진 집쥐가 태어난다. 이런 식으로 돼지가 사람의 장기를 갖고 태어나게 만드는 거다. 자기 세포를 넣는 거니까 면역거부반응도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아일랜드’는 부유층의 장기 대체용으로 복제된 인간들에 관한 이야기다.

―임상 승인은 언제쯤….

“2월 중 승인이 날 걸로 예상했는데 추가 자료를 요구해서 조금 늦어질 것 같기는 하다. 이번에 요구한 자료가 거의 마지막 단계라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베닛이 얼마나 오래 사는지도 중요할 것 같은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지면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까. 흉악범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베닛의 수술로 인해 인류가 얻을 수 있는 자료가 엄청나게 많다. 그동안 얻은 자료는 원숭이까지였는데 이제는 사람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게 된 거니까. 그래서 이 수술이 굉장히 의미가 있고,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된 거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돼지#쵀도이식#임상#당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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