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유성열]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감, 野 ‘후보’ 아닌 ‘민생’ 따라야

유성열 기자 입력 2021-09-11 03:00수정 2021-09-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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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정치부 기자
21대 국회 두 번째 국정감사가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된다.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한 마지막 국감이다. 이번 국감은 야당이 파고들어야 할 민생 문제가 적지 않다.

끝도 없이 오르기만 하는 부동산 문제의 실정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코로나19 백신 공급은 왜 이렇게 늦어진 것인지 국민의힘은 적극 규명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어떻게 개선할지, 영업 제한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책을 확대할 방안은 없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번 국감을 맞아 “현 정권의 실정을 낱낱이 해부해 정권교체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당 소속 의원들의 분발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선 지도부의 독려가 먹히지 않는 기류가 감지된다.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의원들의 관심이 온통 내년 3월 대선에 쏠려 있어서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 105명 중 40명 이상이 각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하거나 직간접적으로 후보를 돕고 있다. 비공개로 대선후보를 돕는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당 소속 의원의 절반 이상은 이미 ‘대선 모드’에 돌입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한 초선 의원은 “제일 열심히 국감을 준비해야 할 초선들조차 선거에만 신경을 쏟는 의원들이 많다”고 말했고, 한 보좌관은 “영감(의원)님이 캠프 일로 바쁘셔서 국감에는 별 관심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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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선 준비도 중요하다. 각 대선후보가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려면 의정 경험이 풍부한 의원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번 대선이 덜 싫어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안티(anti)’ 선거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할 당의 책무도 막중해졌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정권교체의 명운이 달린 사건으로 확산되면서 당 전체가 진상 규명에 총력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엔 “국정을 감시하고 감독한다”는 국감 본연의 역할이 대선 못지않게 중요하다. ‘국감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이유가 명확하다. 2012년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국감은 ‘맹탕’으로 끝났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총선 패배의 여파로 이렇다 할 ‘한 방’ 없이 국감을 흘려보냈고, 2012년 대선은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절치부심한 민주당은 2016년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국감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집중했고, 결국 2017년 대선은 문재인 후보의 승리로 이어졌다.

국민의힘이 이번 국감에서 현 정권의 실정을 제대로 규명하고 민생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면, 국민의힘이 바라는 정권교체는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선후보들을 돕느라 국감을 소홀히 한다면,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감에서 국민의힘이 가장 집중할 일은 ‘선거’가 아닌 ‘국감’이다.

유성열 정치부 기자 ryu@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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