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칼럼]생계형 좌파 이익공동체를 사수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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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알박기는 국가 우물물 털어먹기
집권세력·빌붙는 지식인·거대 노조
좌파 시민·사회·환경단체는 한 몸
이익공동체 커지면 나라는 패망

박제균 논설주간
박제균 논설주간
‘내가 먹던 우물에 침 뱉지 말라.’ 오래 몸담은 회사나 조직을 떠난 뒤 욕하는 걸 삼가라는 경구(警句)다. 더구나 누가 봐도 적잖은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돌아서자마자 욕하는 모습은 보기에 안 좋다. ‘남이 먹는 우물에 침 뱉지 말라’는 말도 있다.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생계를 꾸리는 직(職)이나 업(業)에 대놓고 타박하지 말란 뜻이다.

하지만 그 우물물이 국민 세금에서 나온 것이라면? 예컨대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 거대한 우물을 만들어 가뭄에 대비하려 했다면? 또 마을을 지키고 운영하는 사람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먹게 하려 했다면 어떨까. 그 우물물이 공정하게 배분되는지 감시하고 견제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그 마을에 문모 씨가 이장이 된 뒤에 ‘한 번도 경험 못 한’ 일들이 벌어졌다. 이장 가족과 측근은 물론 친한 사람들에게 원 없이 퍼주기를 한 것이다. 역대 이장들은 마을 사람들 눈치라도 봤다. 그러나 문 이장은 우물 감시인들마저 자기 수하로 바꿔버린 뒤 노골적으로 퍼줬다.

게다가 마을 운영위원 선거 때만 되면 퍼주기로 표를 사려 했다. 마구 퍼주다가 물이 모자라면 이웃 마을에서 꿔 오기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탄탄하던 마을 살림은 어느새 빚더미. 그래도 못사는 북쪽 마을엔 퍼주지 못해서 안달했다. 마침내 이장 임기 끝날 때가 되자 신세 진 사람들의 물 창고를 가득 채워주는 ‘알박기 퍼주기’도 감행한다. 후임 이장에 자기편을 뽑아 달라며 우물 바닥까지 긁어 퍼주는 ‘마지막 대방출’까지 기획하고 있다.

최근 이루어지는 일련의 정권 말 알박기 인사와 정책을 보면서 나라의 우물물을 이렇게까지 탈탈 털어먹을 수 있을까, 놀랍다는 생각마저 든다. 단적인 예로 문재인 대통령이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앉히려는 정연주 씨를 보라. 그의 편파성과 도덕적 흠결, 내로남불은 다 아는 터라 나까지 말을 보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정 씨가 대체 언제 적 사람인가.

전 정권, 전전 정권도 아니고 전전전 정권 때인 18년 전 낙하산을 타고 KBS 사장 자리에 착륙해 부실경영 인사전횡 편파보도와 두 아들 병역 문제 등 갖은 오욕(汚辱)을 뒤집어쓰면서도 기록적으로 5년 넘게 자리를 지킨 ‘버티기의 화신’이다. 정권이 바뀌어 퇴진 압력에 시달리자 노조 간부를 만나 ‘회사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사장이 되레 노조를 협박하기도 했다. 13년 전에 KBS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을 기어이 정권 말에 알박기 하려는 대통령도 놀랍지만,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 마다치 않는 그가 이번 대선 과정에서 방송에 무슨 일을 벌일지 걱정이 앞선다.

문 정권은 자신들이 차지한 우물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총선과 올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고(國庫) 대방출’ 같은 신종 관권선거도 서슴지 않았다. 물론 이번 대선에서도 그 우물을 사수하려 할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5년간 3300여 개 시민단체에 7100억여 원을 지원한 데서도 드러나듯, 집권을 해야 우물을 지키고, 우물물을 퍼줘야 좌파 생태계가 온존(溫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좌파 단체들도 선거 승리에 사활을 건다. 선거 승패가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 구체적으로 생계와 직결돼 있다는 점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현 집권세력과 여기에 빌붙은 좌파 지식인, 민노총 전교조 공무원노조 등 노동단체, 산재한 좌파 시민·사회·환경 단체 등은 정치·경제·사회적 이익 추구를 위해 뭉친 거대한 이익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든 이 공동체가 재집권해야 ‘위안부 할머니 장사’를 했다는 윤미향 같은 사람도 금배지를 달고, 사태가 터진 뒤 14개월이 넘도록 버젓이 국회에 등원할 수 있다. 그래야만 ‘듣보잡 3류’들도 장차관 공공기관장을 꿰차고, 흘러간 사진첩에서나 볼 수 있는 분들이 요직을 차지하며, 수많은 좌파 단체의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이익공동체가 몸집을 더 키우려는 데 있다. 공무원과 세금 알바를 늘리고, 사실상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뿌리며, 집 없는 사람을 양산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나라의 우물물에 의존하게끔 만들려 한다. 이런 이익공동체가 커지면 선거엔 이길지 몰라도 국민은 정권에 끌려다니고, 나라는 패망의 길을 갈 것이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文 정부#우물물 털어먹기#알박기 퍼주기#마지막 대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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