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횡설수설/허진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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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지난해 말 2,873.4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30.8%나 올랐다. 주요 20개국(G20) 중 상승률이 1위다. 지난해 3월 19일 장중 1,439.43까지 떨어진 것을 생각하면 더 극적이다. 기관이나 외국인이 아닌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매수에 적극 나선 것이 여느 해와 달랐다.

▷황소장이 연출되다 보니 전 국민이 주식 투자에 나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투자를 처음 하는 사람이 늘어 ‘주린이’(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조어로 주식 초보를 의미)라는 말이 나왔고, 대학생들이 학교를 가는 대신 온라인에서 주식 공부를 하는 게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지난해 9월 기준 6개 증권사 신규 주식 계좌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였다. 미성년의 초중고교생 자녀에게 주식을 사주는 부모도 늘었다.

▷세계 증시도 많이 올랐다. 세계 상장 기업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18일 100조1872억 달러(약 11경 원)로 사상 처음 100조 달러를 넘었다. 세계 시총은 그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 약간 못 미쳐 왔는데,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지난해 세계 GDP 83조 달러를 20% 이상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이다. 세계 시총은 지난해에만 17%(약 15조 달러) 늘었다.

▷증시 상승에는 코로나19 아이러니도 역할을 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시장경제의 ‘신경줄’이라고 할 수 있는 ‘거래’를 파괴하고 있다. 사람들이 만나야 거래가 이뤄지고, 그래야 돈이 돌고, 다시 다른 거래로 이어지면서 경제가 성장한다. 바이러스로 실물경제가 망가질 것이 뻔하니 각국이 통화와 재정을 풀었고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주가 상승에 일조한 것이다.

▷코스피가 한창 오르면서 ‘곱버스’(곱하기+인버스)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곱버스는 주가지수가 떨어질 때 2배(곱하기)로 수익이 나도록(인버스) 설계된 상품이다. 이 상품의 인기가 오른다는 건 주가가 오를 만큼 올랐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는 의미다. 이미 백신이 나왔고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 통화당국이 금리 인상 등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곱버스 인기에 힘을 싣는다.

▷새해 계획을 세우며 주식 투자를 고민하는 이가 적지 않다. 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자의 절반가량은 주가 3,000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월가 대형 투자은행 JP모건은 3,200 선까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위험도 잊어선 안 된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2000년 닷컴버블 고점 때의 지수를 회복하는 데 15년 걸리기도 했다. 주가 예상에서 진리가 있다면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것이다. 물론 골이 깊으면 산도 높지만.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코스피#증시#주식#동학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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