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사심의 요청하자마자 영장청구… 특혜도 역차별도 없게 신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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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4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분식회계와 주가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전 부회장, 김종중 전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이 부회장 측은 검찰 수사가 타당한지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 심사를 요청했다. 수사심의위 심사 요청은 피의자의 보장된 권리이므로 검찰은 일단 검찰시민위원회를 소집해 수사심의위에 부의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는 대응이었다.

이 부회장 등이 어디로 도주할 수 있는 처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수사가 이미 1년 8개월째 이뤄져 더 이상 무슨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동안 소환조사에도 성실히 응했다. 추가로 조사할 게 있으면 다시 소환하면 된다. 합병 과정에 불법이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다양한 쟁점을 둘러싸고 복잡한 논란을 거쳐 내려질 수밖에 없다. 구속 수사가 검찰이 밝히고자 하는 혐의를 더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여지도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수사심의위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면서까지 서둘러 구속영장을 청구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 부회장 등은 2017년 1월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영수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이후 4년째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조 와해 의혹’ 수사가 시작되고 그 수사가 끝나기 전에 다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가 시작됐다. 분식회계 수사를 하고 있는가 했더니 어느새 주가 조작 수사도 하고 있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뭔가가 나올 때까지 파는 표적수사의 의혹이 짙다. 수사 받는 쪽이 잘못이 있더라도 표적수사는 그 자체로 공권력 남용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수사에서 압수수색만 50여 차례 했고 관계자 110여 명을 430여 회 조사했다. 검찰이 누누이 강조해온,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는 없었다. 기업은 수사 받는 것은 둘째 치고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하지만 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기업의 정상적 운영을 가능한 한 보장해야 한다. 이 사건은 쟁점이 많고 복잡한 경제적 사안이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 관련돼 있다. 유무죄는 엄정하고 냉철하게 따지되 관련 절차 진행에서는 사법당국의 신중한 접근이 요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영장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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