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세대’란 무엇인가[이재국의 우당탕탕]〈36〉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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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V세대’라는 말을 들은 건 얼마 전 식사 자리였다. 후배와 점심을 먹는 자리였다. “형님, 요즘 미국에서는 V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대요.” “V세대? Z세대 아니고?” 얼마 전까지는 분명히 밀레니얼 Z세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1995년∼2000년대 초반에 태어나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할 정도로 디지털에 익숙하고, 디지털로 모든 걸 소통하는 세대, 그게 밀레니얼 Z세대였다. 그런데 V세대는 또 뭐란 말인가? “V세대는 학창시절 바이러스 대란을 겪은 세대를 말하는데, 비대면 학교생활을 처음 경험하고, 비대면 사회생활이 어색하지 않은 세대라고 합니다.”

비대면 사회생활이 어색하지 않은 세대. 얼마 전 약간은 어색했던 비대면 미팅이 떠올랐다. 오디오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있다며 e메일을 보내 왔길래 미팅을 진행했는데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영상 미팅으로 가능할까요?”라는 메시지가 왔다. 영상 미팅은 처음이라 아침부터 걱정이 됐고, 일부러 일찍 점심을 먹고 상대가 보내온 링크를 클릭했더니 ‘앱을 설치하라’는 메시지가 왔다. 설치하고 다시 링크를 눌렀더니 얼굴이 화면에 나왔다. “일찍 오셨네요. 안녕하세요!” “아, 네. 처음 하는 거라 혹시나 테스트 해보려고 눌렀는데 연결됐네요. 안녕하세요, 모모콘 이재국입니다.” 자기소개를 하고 비즈니스 이야기 하고, 다음 미팅 날짜를 약속하고 연결을 종료했다. 생각보다 재밌고, 어차피 만나서 일 얘기만 할 건데 멀리 판교까지 오가며 낭비하는 시간이 줄어서 더 좋았다.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도 지난주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V세대 생활이 시작됐다. 아침에 세수를 하고 상의는 갈아입지만 하의는 잠옷을 입고, 온라인에 접속해 선생님과 수업하는 걸 잠시 지켜봤다. 선생님은 온라인 개학을 한 소감을 물었다. 아이는 “가방을 메고 학교 갈 때는 설렘이 있었는데, 온라인으로 하니까 그런 설렘이 없어요. 수업은 재밌는데 친구들과 떠드는 재미가 없어요”라고 소감을 적어 전송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아직 안 보낸 친구들 3분 안에 보내주세요!”라며 수업을 이어갔다. 아이는 온라인 수업을 전혀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동영상 시청에 익숙해져 있고, 여러 유튜버에게 인형놀이와 아이돌 댄스도 배웠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에 거부감이 없었다. 딸에게 몇 가지를 물어봤다. “소감이 어때?” “공부하는 건 별 차이가 없어. 그런데 학교에 가는 게 꼭 공부하러 가는 건 아니잖아. 친구랑 놀기도 하고, 모둠 생활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서 좀 아쉬워.” “그럼 반장은 정했어? 체육은 어떻게 해? 각자 알아서 하는 거야?” “아빠, 나도 몰라. 이틀밖에 안 했잖아!” “아 참, 그렇지. 미안.”

저학년은 아직 온라인 수업이 어색하고 부모가 챙겨줘야 하는 게 많을 것 같은데, 고학년은 제법 잘 적응하는 것 같다. 태어났을 때부터 스마트폰이 있었고, 핑크퐁에게 동요를 배운 것처럼, 온라인 수업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어쩌면 ‘같은 반인데, 얼굴은 모르는 친구’가 생기고, 반장에게는 ‘온라인 리더십’이 필요하고, 운동회는 ‘방구석 운동회’로 대신하는 첫 번째 세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v세대#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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