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누가 왜 세월호를 정치 선동에 악용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0일 03시 00분


지난 3일에 이어 어제도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세월호 참사 시민촛불 원탁회의’가 주최한 촛불 집회가 열렸다. 명분은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상 규명 촉구였지만 실제로는 세월호 사건을 반(反)정부 투쟁의 불쏘시개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강했다. 원탁회의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 심판이 청구된 통합진보당의 서울시당과, 대법원이 이적단체로 규정한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등 9개 단체가 만든 서울진보연대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데 앞장선 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제 서울에서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와 감리교신학대 도시빈민선교회, 광주에서는 광주진보연대, 인천에서는 인천사회복지연대 등 13개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집회가 열렸다. ‘엄마의 노란 손수건’이라는 인터넷 모임 회원들은 5일 경기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 ‘박근혜가 책임져라’고 쓴 피켓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 이 모임의 공동대표 정모 씨는 통합진보당 안산시 단원구 지역위원회 소속 당원이다. 순수한 애도 모임으로 알고 참여했던 일부 주부들 사이에선 “속았다”며 모임을 탈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 사망한 김주열 군과 박종철 씨에 비유하는 동영상을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다. ‘비극적인 대형 사고와 독재정권의 탄압이 어떻게 같을 수 있느냐’는 비난이 빗발쳤지만 전교조는 동영상 삭제를 거부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일부 지식인과 좌파 시민사회단체들이 노골적으로 정권 퇴진 운동을 선동하고 있다. 2008년 멀쩡한 미국산 쇠고기를 광우병 쇠고기로 둔갑시켜 석 달 이상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며 나라를 뒤흔들었던 ‘광우병 촛불사태’를 재현하고 싶은 모양이다.

세월호 참사 같은 큰 사고가 터지면 그 슬픔과 아픔을 국민적 에너지로 승화시켜 더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치는 것이 성숙한 민주시민의 모습이다. 진상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정부의 대책 마련이 예고된 상황에서 건전한 비판을 넘어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고 대통령 퇴진까지 주장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려는 순수한 행동과는 거리가 멀다.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세월호 참사를 구실로 대한민국을 분열시키는 데 앞장서는 거짓 촛불시위와 선동에 속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촛불 집회#정치 선동#통합진보당#서울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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