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은 감사하는 자세로 수해 지원 받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2일 03시 00분


정부는 어제 중국 윈난 성의 지진피해 구호를 위해 5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이 자연재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웃 나라에 구호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중요한 의무다. 중국은 지진으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봤지만 북한은 올여름 태풍과 폭우로 큰 재난을 겪었다. 북한은 8,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지역 적십자사 회의에서 “176명이 사망하고 22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면서 해외의 도움을 요청했다. 북한의 천안함 연평도 도발로 남북관계가 악화됐지만 정부는 3일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은 한국이 지원을 제의한 지 일주일 만인 그제 “품목과 수량을 알려 달라”며 우리 측 제의를 조건부로 수용했다. 그러나 어제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대결 정권 타도는 시대의 요구’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동족 대결에 환장해 시대의 흐름과 민족의 지향에 역행하는 이명박 역적패당은 겨레의 거족적인 투쟁에 의해 파멸의 운명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 파탄에다 재난 대응력 상실로 주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북한 정권이 부끄러움을 안다면 이런 허튼 소리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떤 품목을 얼마만큼 줄 것인지 확인부터 하겠다는 태도 역시 가당치 않다.

북한은 과거에 재난구호 차원 이상의 품목을 거론하며 ‘통 큰 지원’을 요구한 적이 많았다. 지난해 수해 때는 쌀 시멘트 중장비를 요구하며 영유아용 영양식과 과자 초코파이 라면 등 50억 원 규모의 지원을 거부했다. 이번에도 원하는 품목이 들어 있지 않으면 거부하겠다는 것인가. 국제기구도 재난 구호를 할 때는 취약계층을 위한 영양식, 담요, 의약품 등을 우선적으로 보낸다. 북한이 긴급 구호식품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면 굶주리는 이재민들을 진정으로 돌보려는 뜻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북한은 구호품이 무엇이 됐든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보낼 온정의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수재를 당한 북한 주민을 돕는 데 최대한 성의를 보이되 북한 당국의 못된 으름장에 끌려가선 안 된다.
#북한#윈난 성#지진피해 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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