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오영호]미개척 시장, 中企의 힘으로 뚫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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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KOTRA 사장
오영호 KOTRA 사장
무역의존도가 90%에 달하는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돌파구는 없을까? 새로운 시장, 새로운 품목이 답이다.

경제위기 탈출, 대기업 의존엔 한계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도 중동과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고전하고 있는 유럽과 미국 시장 속에도 비집고 들어갈 틈새는 있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기침체기에는 중소기업이 틈새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 대기업에만 의존해서는 위기 탈출에 한계가 있다.

지리정보시스템(GIS) 제작업체인 지오매틱코리아는 내수시장이 한계에 봉착하자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여러 나라를 타진한 끝에 방글라데시가 시장성이 있다고 보고 진출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 KOTRA 다카(방글라데시 수도)무역관을 찾아 방글라데시 정부가 전 국토 전산화 구축 사업을 한다는 정보 등 진출과 관련한 전반적인 도움을 받았다. 이 회사는 우리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활용해 지난해 12월 시스템 구축 사업을 성사시킴으로써 해외 판로의 물꼬를 텄다.

문경오미자밸리사는 공장 설립 후 빚에 허덕이자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으로 중국을 겨냥했다. 이제는 대만의 주요 백화점에까지 납품하며 두메산골에서 세계시장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기존 내수시장이 튼튼한 나라에도 틈새를 공략해 성공한 기업이 있다. 해상용품 중소업체인 스타마린은 수상 레저 선진국인 러시아에 레저용 고무보트 등을 수출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성공 사례는 이 밖에도 무수히 많다. 태양광 추적 시스템을 만드는 디쏠라테크는 유럽 재정위기로 태양광 시장이 어려움을 겪자 발광다이오드(LED) 쪽으로 방향을 튼 뒤 미국시장을 개척해 북미 최대 방송영상장비 렌털 회사의 공급 계약을 따냈다.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인 시노스도 제너럴모터스(GM) 본사에서 기술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해 GM이 생산하는 모든 차종에 들어가는 실내 조명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완성차 업계에 연이어 납품업체 등록을 하게 됐다.

우리 주변에는 해외시장 진출의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수출 경험이 전무한 업체가 많다. 영문 카탈로그조차 없고, 현지 마케팅 등 초기 위험부담 때문에 해외 진출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국내에서 평판이 좋고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의지가 있어도 중소기업이 홀로 해외시장의 문을 여는 것은 매우 어렵다.

KOTRA는 전 세계에 119개 무역관을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시장조사, 거래처 알선, 거래상담 등 각종 해외 마케팅 정보를 이곳에서 얻을 수 있다. 약간의 입주비만 내면 사무공간과 공동회의실 제공은 물론이고 현지 마케팅과 법률, 회계에 대한 전문적 조언까지 받을 수 있는 수출 인큐베이터도 곳곳에 운영하고 있다. 또 상품 아이디어 제공에서부터 최종 계약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현지 무역관들이 밀착 지원한다. 필요하다면 프레젠테이션도 대신 해 준다. 국가를 대신하는 기관인 만큼 대외적인 공신력이 높아 수출 중소기업이 편하게 의지할 수 있는 보호막이 되어 준다.

중소기업이 세계 틈새시장 개척을

우리나라 수출 중소기업 비중은 전체의 2.47%에 불과하다. 우리와 비슷한 수출주도형 국가인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의 경우 수출 중소기업 비중이 10∼11%에 달하는 것에 비교해 보면 너무 적다. 하지만 기회는 위기의 가면을 쓰고 온다는 말이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골이 가장 깊은 이때가 우리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남들이 경기침체에 시름하고 있을 때, 우리 중소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면 그만큼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

오영호 KOTRA 사장
#무역#세계경제#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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