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옆 교회’ [횡설수설/김창덕]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3일 23시 18분


5월 초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리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가장 기다리는 행사다. 그런데 올해는 그 열기가 조금 덜했다고 한다.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워런 버핏이 무대에서 질문에 직접 답하는 대신 다른 주주들처럼 관중석에 앉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자본시장의 슈퍼스타는 대중의 기대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행사 후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버핏은 특유의 비유법을 사용해 투자자들의 조급함에 일침을 가했다.

▷버핏에 따르면 현재 투자 시장은 “카지노 옆에 있는 교회”와 같다. 교회는 전통적인 가치 투자를, 카지노는 초단기 거래와 옵션 상품 등을 의미한다. “아직은 교회에 사람이 더 많지만, 지금만 보면 카지노가 지나치게 매력적”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지금처럼 사람들의 도박 심리가 강한 때는 없었다”는 경고도 했다. 버핏의 투자 철학은 가치와 장기(長期)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런 그의 눈에 지금의 시장은 ‘투기’를 넘어선 ‘도박’에 가까워 보인다는 것이다.

▷버핏이 여전히 대주주인 버크셔는 현재 3970억 달러의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자 ‘일단 기다리기’를 전략적으로 선택한 셈이다. 이는 “많은 성공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서 나온다”고 했던 그의 예전 발언과도 맞닿아 있다. 인공지능(AI) 등 기술 기업 투자에 지나치게 신중한 버핏에 대해 지난 2, 3년간 다양한 비판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기술주가 폭등한 뒤로는 ‘버핏의 판단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의구심도 확산했다. 하지만 버핏은 그런 평판에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 신임 CEO 역시 버핏의 철학을 그대로 잇는 모습이다.

▷최근 상황만 보자면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아도 이상할 게 없다. 작년 말 대비 올 4월 말 기준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가 56.6%로 일본 닛케이(17.3%), 미국 나스닥(7.1%), 영국 FTSE100(4.6%) 등을 압도한다. 단기 급등이나 급락은 많은 투자자들의 이성을 흐리게 만든다. 한국 증시의 경우, 버핏 표현을 빌리자면 교회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가 그 옆 카지노로 새 버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뜻이다.

▷‘빚투’는 그런 시장의 또 다른 뇌관이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지난달 29일 36조 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23일 35조 원을 돌파한 지 4거래일 만에 1조 원이 불어난 것이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단기 빚투를 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 버핏의 말이 귀에 더 선명하게 꽂히는 게 그래서다. 점심 식사 한 번 함께 하려면 수십억 원의 돈을 내야 하는, 괜히 ‘오마하의 현인’이란 별명이 붙은 게 아닌 투자업계의 전설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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