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봄의 미로’ 경희대 콘서트
“오랫동안 몸에 색 안 입히고 살아”
‘새로운 빛깔’ 흠뻑 관객들에 선사
가수 이소라가 2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콘서트 ‘봄의 미로’에서 열창하고 있다. NHN링크 제공
“입술도 칠하고, 빨간 구두도 신었어요. 사실 오랫동안 제 몸에 색을 입히지 않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제가 안 해 본 많은 일들을 하고 있어요.”
가수 이소라는 2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봄 콘서트 ‘봄의 미로’에서 이렇게 말했다. 긴 시간 ‘은둔자’처럼 살아온 자신이 변화를 맞고 있다는 고백이었다. 과거 “공연하는 날 빼고는 집 밖에 잘 나오지 않는다”던 그는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을 열고 방송 활동도 시작했다. 이날 공연 역시 그 변화의 연장선처럼 보였다.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무채색에 머물던 사람이 자신에게 입힌 새로운 빛깔을 관객들에게 건네는 것 같았다.
공연은 설레는 멜로디의 ‘바라봄’으로 시작됐다. 하얀 베일 뒤로 울려 퍼진 이소라의 단단한 목소리에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첫 곡이 끝나자 그는 “슬픈 노래를 부르면 박수를 못 치시니까, 지금 많이 쳐두셔야 한다”며 웃어 보였다. 실제로 ‘트랙 9(Track 9)’, ‘포춘 텔러(Fortune Teller)’,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등 애절함이 짙은 발라드가 이어졌다.
이소라는 예전과 달리 말이 많았다. 그는 “전에는 노래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제 말하는 목소리를 좋아하는 분도 있을 것 같더라”며 “그동안 와주신 분들께 할 일을 다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밝은 빛을 향해 나아가는 듯한 이소라의 의지는 무대 곳곳에서도 보였다. 미로 형태의 풀숲 사이에 배치된 5인조 밴드와 16인조 스트링 오케스트라는 보컬과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합주를 만들어냈다. 빛과 꽃 등 자연을 활용한 연출 역시 오랫동안 자연을 노래해 온 그와 잘 어울렸다.
‘그대가 이렇게 내 맘에’, ‘봄’, ‘별’, ‘트랙 11(Track 11)’에서는 여린 듯 단단한 목소리가 현악기와 자연스럽게 섞여 들었다. 특히 ‘별’의 앞부분을 길게 채운 기타 솔로는 하나의 독립된 기악곡처럼 들릴 만큼 아름다웠다.
후반부 ‘바람이 분다’와 ‘순수의 시절’은 공연을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라이브 무대가 드물었던 ‘순수의 시절’은 이번 공연의 숨은 주제처럼 느껴졌다. “문을 열어 저 어둡고 사납게 거친 하늘을 봐/아무도 도울 수 없어 나 혼자 일어서야 해.” 지금의 자신을 그대로 닮은 가사를 그는 신중하게 곱씹듯 불러냈다.
완벽을 지향해 온 그이지만 의외의 실수도 나왔다. ‘순수의 시절’을 부르다 가사를 잠시 놓친 그가 크게 탄성을 지르자, 관객들은 오히려 더 크고 따뜻한 환호로 답했다.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이 이어지자, 예정에 없던 추가곡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가 이어졌다. 이소라는 3일까지 이틀에 걸쳐 관객 7000여 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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