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강경석]美의회가 특별검사 임명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 이유

  • 동아일보

강경석 사회부 차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미국 의회가 독립적인 특별검사 임명을 법률적으로 제도화한 결정적인 계기는 1972년 6월 벌어졌던 워터게이트 스캔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은 1973년 5월 아치볼드 콕스를 특별검사로 임명하고 불법 도청과 은폐 공작 수사를 맡겼다. 그러나 수사가 자신의 턱밑까지 향하자 닉슨 대통령은 콕스 특검을 전격 해임했다. 여론은 악화됐고 닉슨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리자 결국 1974년 8월 사임했다. 이를 계기로 미 의회는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특별검사 임명을 제도화하는 정부윤리법(Ethics in Government Act)을 1978년 10월 제정했다.

하지만 미 의회는 21년 만에 이 법안을 스스로 폐기했다. 5년 기한 한시법으로 제정한 뒤 3차례에 걸쳐 개정과 연장 시행을 반복했지만 1999년 여야 정당 모두 법안을 폐지하는 데 동의했다. 이번엔 대통령이 문제가 아니라 특검이 문제였다.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는 1993년 취임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 연루됐던 부동산 투자 의혹과 관련한 화이터워터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1994년 8월 임명됐다. 그는 정작 해당 혐의는 입증하지 못했지만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의 성추문 사건을 들춰내는 ‘별건 수사’로 클린턴 대통령을 탄핵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정권으로부터는 독립적이었지만 공화당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을 지냈던 스타 특검의 수사 결과를 놓고 정치적 편향성 시비가 끊이지 않자 미 의회는 특검의 독립성 보장보다 특검의 권한을 견제하는 길을 택했다. 정부윤리법이 폐지되면서 연방 규정에 근거해 법무부 장관이 특검을 임명하고 해임할 수 있게 됐고, 부적절하게 조사 대상을 확대하거나 기소하려고 할 땐 장관이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했던 고 로버트 뮬러 특검은 이해충돌 관계를 우려해 2017년 법무부 장관 대신 차관이 임명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 등을 수사한 잭 스미스 특검은 2022년 장관이 임명했다.

우리나라에선 정반대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1999년 9월 특별검사 제도가 도입된 이래 20번째 특검이 될 것으로 보이는 ‘조작기소 특검’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법안에 따라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발의된 특검법안대로라면 내란 특검보다 많은 최대 357명의 인력으로 최장 180일간 수사할 수 있다. 특검의 정치화를 우려하며 견제를 택했던 미 의회와 달리 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우리 국회에선 이처럼 특검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특검의 몇몇 수사를 보면 별건 수사와 기소를 통해 수사 대상을 압박하는 일부 특수부 검사들의 폐단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점이다. 김건희 특검이 기소한 일부 사건에 대해 법원이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다”며 공소 기각 판결로 제동을 걸긴 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이를 견제할 수단은 딱히 없다.

특검은 살아있는 권력을 감시하고 공정하게 수사하기 위한 수단일 뿐 다른 목적이 있어선 안 된다. 진보 진영인 정의당마저 “이런 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조작기소 특검법안에 반대한 이유를 민주당이 새겨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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