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송평인]‘뼛속까지 親朴’ 지식인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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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30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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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논설위원
송평인 논설위원
한나라당의 외부영입 비상대책위원 중 한 명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세칭 합리적 보수에 어울리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 하나는 그가 뼛속까지 친박(親朴·친박근혜), 그것도 혐(嫌)MB의 친박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2007년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올해 ‘조용한 혁명’이란 제목의 칼럼집을 냈다. 보수와 진보 작가가 각각 썼나 싶을 정도로 논조가 다르지만 바탕에 흐르는 ‘혐MB의 친박’이라는 정서는 똑같다.

박근혜 따라 우파에서 중도로

그의 정치 이념은 본래 중도 아닌 우파였다. 그는 2006년 9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세미나에서 “영국은 2차 세계대전 후 노동당과 중도 보수당이 돌아가면서 40년 세월 집권하다가 나라를 완전히 들어먹을 뻔했다. 보수당이 뒤늦게 당내 우파인 마거릿 대처를 당대표로 내세워 1979년 총선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영국이 되살아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2007년 대선에서 한국의 대처는 바로 박근혜였다. 당시 ‘중도실용’ 운운한 MB는 영국의 중도 보수당처럼 의심스러운 노선의 후보였다. 그런 그가 MB처럼 말로만 중도가 아니라 정말 중도로 움직이는 박근혜의 편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 있는 것은 그 두뇌 구조가 철저히 친박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지식인으로서 이념에 따라 친박인 것은 부끄러워할 게 없지만 친박을 위해 이념을 맞추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의 자칭 ‘정통보수’ ‘주류보수’의 눈으로 볼 때는 안병직 교수나 신지호 홍진표 등 전향한 좌파, 즉 뉴라이트 우파들조차도 미심쩍은 우파들이었다. 박세일 교수에 대해서는 선진화라는 이름의 공허한 담론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오세훈은 과거 환경운동연합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수가 아니라 진보의 트로이 목마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에게는 운동권 출신의 검사였던 원희룡도 정체불명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MB 정권에서는 표변해 좌파들과 어깨동무하고 MB를 공격하는 데 앞장섰다. 좌파들은 그에게 감사패라도 주고 싶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는 4대강 사업의 실정법 위반 운운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국민소송단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운동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탁상머리의 법대 교수가 처음 해본 국민소송이었는데 완패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는 과잉무장에 따른 선체(船體)의 피로파괴 가능성을 제기했다가 그제 천안함 유족의 항의를 받고서야 경솔함을 사과했다. PD수첩 광우병 보도나 BBK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MB를 비판했다.

그의 글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 방문 중에 에르하르트 독일 총리와 함께 아우토반을 달리면서 울창한 슈바르츠발트(흑림)를 보고 고속도로 건설과 산림녹화를 결심하게 됐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가 증오하는 것은 토건 그 자체가 아니라 MB의 토건이다. 반면 그가 사랑하는 것은 박근혜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이다.

大義를 小利로 만든 친박의 옹졸함

그는 박근혜가 대승적으로 MB에 협조하는 것조차 반대했다. 그는 2008년 11월 30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오바마 정권에서 국무장관을 맡는 모습이 아름답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냉랭함’을 비난하는 것은 박 전 대표를 흠집 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썼다. 자기 울타리에 갇힌 박근혜의 안목이 그를 비대위원으로 골랐다.

그는 비대위에서 정치 및 공천 개혁을 다루는 분과위원장을 맡았다. 그가 ‘MB 정부 실세 용퇴론’을 주장하고 나서 한나라당이 시끄럽다. 사실 친이계의 실세 의원들을 좋아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그러나 같은 말이라도 그가 ‘물러나라’고 말하면 대의(大義)도 소리(小利)로 들릴 수 있다. 한나라당이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친박과 친이의 이전투구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면 누굴 몰아낼까보다 누굴 모셔올까를 먼저 생각하기 바란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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