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흥신]한류열풍, 프랑스 넘어 유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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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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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신 주프랑스 대사
박흥신 주프랑스 대사
프랑스인들의 문화 향수능력은 바다를 닮았다. 바다는 강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물의 깨끗함과 더러움을 차별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모든 물은 바다에 도달하면 정화되어 온갖 생명을 품는 큰물을 이룬다. 세계적으로 위대한 외국 예술가들이 먼저 프랑스에서 명성을 쌓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예술가들이 국적과 장르에 관계없이 예술에 전념하게 할 수 있는 프랑스 정부의 정책, 그리고 예술을 한없이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이 있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세계 문화의 중심지 프랑스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이 심상치 않다. 2년 전부터 프랑스 중고교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한 한국문화 아틀리에가 20여 개 학교로 확산되어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어가 고등학교의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되었는가 하면, 한국문화원의 한글 강의를 수강하려는 학생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다가 수백 명이 신청조차 못하고 돌아가는 안타까운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 영화와 판소리 등 우리 문화에 심취한 팬들이 많아지면서 우리의 열악한 문화원 시설로는 프랑스인들의 우리 문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 주기에 역부족인 상황이 되고 있다.

며칠 전 파리에서 6월 10일 공연 예정인 소녀시대 동방신기 등 우리 아이돌 그룹의 공연 입장권을 구입하지 못한 수백 명의 프랑스 팬들이 연장 공연을 요청하며 루브르박물관 광장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것은 전통문화와 클래식을 중심으로 소개되어 온 한국문화가 대중문화에도 크게 확산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아시아에 불고 있는 한류 바람을 프랑스를 통해 유럽에 상륙시키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대사관이 한국관광공사와 협조하여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던 SM엔터테인먼트 측과 가까스로 공연을 성사시킬 때까지만 해도 프랑스인들의 호응이 이 정도로 열광적일 줄은 예상치 못했었다. 프랑스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공연인데 6000명을 수용하는 프랑스 최대 공연장이 인터넷 예매가 시작된 지 15분도 채 안 돼 입장권이 매진되고 연장 공연을 호소하는 시위가 벌어질 줄은 정말이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프랑스와 유럽의 젊은이들은 이미 인터넷을 통하여 우리 아이돌 그룹을 접하고, 노래와 춤을 따라 할 만큼 광범위한 아이돌 팬 그룹이 형성되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한류의 유럽대륙 정식 상륙을 준비하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프랑스를 포함해 유럽 3개국 순방에 나섰다. 이번 프랑스 공식 방문은 작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합의한 외규장각 도서 이관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중에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그동안 한-프랑스 관계에 있어 유일한 걸림돌이 제거된 가운데 전통적인 우호협력관계를 재확인하고 양국간 실질 협력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방문 중 선포할 2015∼16년 ‘상호 교류의 해’에 한-프랑스 양국 국민이 함께 문화예술의 바다를 항해하고 지속개발과 녹색성장의 굳건한 동반자가 되어 있을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박흥신 주프랑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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