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곽채기]공기업 부채, 새 논란의 쟁점과 해법

  • Array
  • 입력 2011년 3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
공기업 부채 문제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에는 국가부채에 해당하느냐가 쟁점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국가부채 통계를 국제통화기금(IMF)의 ‘2001 재정통계편람’에 맞춰 발생주의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핵심 쟁점은 공공기관 중 ‘비영리공공기관’과 ‘공기업’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비영리공공기관은 국가부채 산정 범위에 추가되지만 공기업은 제외된다. 공기업을 국가부채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유엔 국민소득계정(SNA), IMF 재정통계편람 등 국제기준(global standard)에서 규정하고 있는 원칙이다.

국가부채 편입 객관적 기준 없어

공기업 부채를 국가부채에서 제외하는 것은 국가 간 재정통계 비교분석 등을 위해 우리나라가 준수해야 할 국제규범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왜 공기업 부채가 국가부채에 해당하느냐의 문제를 놓고 논란이 제기되는 것인가. 그 이유는 간명하다. 공공기관 중 비영리공공기관과 공기업을 구분하는 원칙인 ‘시장성’을 판단하는 엄정한 객관적 기준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유엔과 IMF는 시장성을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는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가격(economically significant price)’으로 산출물을 생산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이 추상적인 기준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원가보상률(판매액/생산원가) 50%를 기준으로 이를 상회하면 공기업으로 분류하는 원칙을 두고 있다. 그러나 원가보상률 산정 과정에서 주관적 판단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공감하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도출되지 않는 한 국가부채 산정 범위에 대한 논쟁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공기업 부채 문제가 지금처럼 국가적 현안이나 쟁점으로 자주 부각된 전례는 없다. 그만큼 공기업 부채가 국가의 재정 운영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제기준에 따라 공기업 부채를 국가부채에서 제외한다고 정부의 책임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공기업 부채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정부와 국민이 져야 한다. 이제 공기업 부채도 국가부채에 준해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공기업, 국민 등 3자의 협력적 노력이 요구된다.

우선 정부와 공기업 간 경비 분담 책임에 관한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정부가 공기업에 비상업적인 목적의 공공서비스 제공을 요구할 경우 소요 비용을 모두 재정 지원을 통해 보전하되 나머지 사업에 대한 경영 성과는 해당 공기업이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경성 예산 제약조건(hard budget constraint)하에서 공기업 경영이 이루어져야 불합리한 사업 확장이나 경영 실패로 인한 부채 발생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물가 잡느라 요금 묶는 정책 문제

또 물가 안정 위주의 공기업 요금관리정책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물가 인상 요인 통제 중심의 공기업 요금정책은 공기업 부채를 증가시키는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우량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원가 이하의 공기업 요금을 유지하려면 다양한 형태의 암묵적 기회비용과 사회비용이 초래된다. 그럼에도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국민에게는 공기업의 낮은 요금에 대한 환상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공기업 개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공기업 부채관리와 연계해 기회비용을 반영한 공기업 요금정책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공기업 부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은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지지부진한 공기업 민영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