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학법 독소조항 3년째 방치한 정부와 여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5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와 당선자 시절 수차례 노무현 정권이 개악한 사학법을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 정권은 집권 3년이 지나도록 문제 많은 사학법을 방치하고 있다. 교수 직원 학생의 대표자로 구성되는 대학평의원회를 둔 것과 이사의 4분의 1을 개방형 이사로 구성토록 한 것은 사학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대학평의원회는 개방형 이사를 선출하고 대학의 주요 정책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어 이사회 권한을 무력화할 수 있다.

대학평의원회가 구성되면 학교법인 이사회는 책임만 지고 권한은 없는 허수아비가 되기 쉽다. 상당수 대학은 구성원 간의 분쟁, 하부조직의 난립, 교직원들의 분열로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를 비롯한 13개 주요 사립대가 사학법에 강제된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하지 못하는 현실은 현행 사학법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개방형 이사를 추천하는 대학평의원회가 없다 보니 기존 이사회는 정관 개정 등 주요 의사 결정을 할 때 정족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사 가운데 한 명이 아파서 입원이라도 하면 나머지 이사들이 병실로 가 이사회를 열어야 할 판이다. 2009년 제정된 울산과학기술대법에는 대학평의원회 조항이 없다. 지난해 통과된 서울대법인화법에는 개방형 이사 제도를 두지 않았다. 공공성이 강한 대학에도 두지 않는 제도를 사립대에 강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사립대의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다. 10여 명의 학교법인 이사장과 학부모, 학생들이 2007년 개정된 사학법에 대해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 같은 해 10월 24일이었다. 그러나 3년 4개월이 지나도록 단 한 번의 변론조차 없었다. 헌법재판소는 사학법의 위헌적 요소를 바로잡는 결정을 언제까지 미룰 것인지 궁금하다.

노무현 정권 때 개정된 사학법은 전교조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반영했다. 전교조는 노 정권을 앞세워 사학법 개악을 관철했다. 이 정부는 사학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재연될까 봐 사학법 바로잡기를 포기한 것인가.

한나라당 안에서 ‘교육 좌파’에 강력히 맞서온 조전혁 의원이 지난달 개방형 이사를 폐지하고 사학에 지원금을 늘리며 학교법인에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사학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악에 반대하며 거리 투쟁을 벌이던 때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위헌적인 사학법을 바로잡아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