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용옥]北 도발 ‘방어태세’로는 못 막는다

북한의 천안함 격침 만행으로 희생된 우리 수병 46명의 늠름한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8개월 만에 북한은 또다시 서해 연평도와 주변에 170여 발의 포격을 가해 우리 해병 두 명이 전사하고 민간인 두 명이 생명을 잃는 등 심대한 인명과 재산상 피해를 주었다.

軍 소극적 대응에 국민들 불안

금년에 두 차례에 걸친 북한의 군사도발은 6·25전쟁 도발 60년 만에 자행된 실질적인 선전포고 행위이며 전쟁도발 행위라 할 수 있다. 이는 통상적인 위기관리 차원의 도발이 아니며, 새삼스럽게 원인규명이 필요한 우발적인 도발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영토와 국민에 대한 북한의 군사공격 행위다.

천안함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연평도 포격만행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자세에 국민이 우려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매우 당연한 일이다. 군의 대응자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는 북한의 군사도발을 억제하기에는 너무 미온적이고 약하지 않은가를 우려하며 불안해 한다. 우리 군의 유사시 즉응태세와 능력을 우려하는 것이다.

국민은 북한군의 포격에 우리 군이 대응하는 데 왜 13분이나 소요되었는지, 170여 발의 북한의 포격에 왜 80여 발의 대응사격으로 그쳤는지, 북한 군 해안포를 왜 무력화시키지 않았는지를 궁금해 했고, 군당국자는 이에 대해 해명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그런 해명이 아니다. 예를 들어서 대응시간 13분 소요의 현실적 필요성에 대한 해명보다는 그 13분 소요의 해소대책을 원한다.

북한의 군사도발은 군사적 대응만으로는 억제될 수가 없다. 도발의 시기와 방법에 대한 선택권을 북한이 갖는 한, 방어적 대책만으로는 북한의 군사도발을 억제하거나 완벽하게 방어할 수가 없다. 열 사람이 한 명의 도둑을 막기 어려운 이치와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 군이 적용하는 확전방지 목적의 유엔사 교전규칙으로는 북한도발의 억제를 보장할 수가 없다. 필요시 우리의 응징보복을 제한하는 규칙이라서 그렇다.

북한의 군사도발을 철저히 억제하는 길은 북한으로 하여금 군사도발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점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자신의 체제생존조차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토록 하는 일뿐이다.

북한은 지난 60여 년 동안 군사도발과 평화공세의 양면전략으로 체제를 유지했다. 지금은 2012년 강성대국의 실현을 공언하며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를 일축하면서 핵개발을 공공연히 계속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 정부와 국방당국은 대북 군사태세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면서, 북한의 뜬금없는 군사도발 작태에 쐐기를 박는 군사적 비군사적 조치를 동시에 취할 필요가 있다.

확전방지 목적 교전규칙 수정해야

군사적으로 군은 우선 국민의 근본적인 우려 사항인 유사시의 즉응 태세, 그리고 필요시의 응징보복 태세를 교전규칙 수정을 비롯하여 예산, 장비, 무기체계, 훈련 등 모든 면에서 시급히 서둘러 보강해 나가야 한다. 유엔안보리 회부 이전에 우리 자신의 독자적 대응태세부터 강화하는 일이 순서다.

한편 비군사적 측면에서는 ‘도발과 대화’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하며 북한이 도발의 쓴맛을 보게 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 이외의 모든 대북협력은 당분간 전면적으로 중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연평도 사태와 관련한 유엔사의 대북 장성급회담 제의나 “조사확인이 필요하다”는 중국의 상투적인 북한 비호입장 표명은 북한의 차후 도발 억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은 대화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북한에 책임을 추궁하며 차후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때다.

박용옥 평안남도 지사 전 국방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