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교조 시국선언 유죄 對 무죄 2:2의 진풍경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6일 03시 00분


지난해 6월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간부들에 대해 또 무죄가 선고됐다. 이로써 국가공무원법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간부나 교사들에 대한 1심에서 유죄와 무죄 판결이 각각 2:2를 기록했다. 최근 인천지법과 대전지법 홍성지원 판사는 유죄를, 전주지법과 이번에 대전지법 판사는 무죄를 선고했다.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판단기준이 판사 개인의 성향에 따라 양극단으로 엇갈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전지법 김동현 단독판사는 어제 “시국선언이 특정 정당, 정파를 지지한 것이 아니므로 정치적 중립의무에 반하지 않는다”며 전교조 대전지부 간부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전지법 홍성지원 조병구 단독판사는 이달 11일 “특정 정당, 정파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정부의 정책결정 및 집행을 저지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다른 정치세력, 사회집단과 연계한 행위는 법에 금지된 집단행동”이라며 전교조 충남지부 간부 3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김 판사의 판결은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 영역을 너무 폭넓게 인정했다. “인간은 본래 정치적 존재로서 모든 사회적 행위는 정치성을 띤다”든가 “공무원의 비판권리도 폭넓게 허용하는 것이 곧 공익을 증진시키는 길”이라는 판단은 실정법을 넘어서는 정치적 견해다. 또 “교사 시국선언이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이 크다는 것도 획일적 교육을 받은 기성세대의 낡은 시각” “이들을 처벌한다면 되레 학생들이 ‘힘 있는 자에 대한 비판은 손해’라는 시각을 갖게 돼 반(反)교육적”이라는 것도 국민의 상식에 반하는 판사 개인의 편향된 시각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은 엄격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 결정과 집행에 참여하는 공무원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사사로운 정치적 주장을 마구 쏟아내는 것은 국민의 심부름꾼으로서 취할 자세가 아니다. 정책 수행 과정에서 찬반 논의가 필요하다면 해당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 조정하는 것이 순리다.

전교조 지도부는 서울 도심의 거리에서 시국선언을 낭독했다. 공무원들이 정부 권력에 저항해 거리 투쟁까지 벌이는 일은 절대로 용납돼선 안 된다. 전교조 교사들이 MBC ‘PD수첩’이나 용산 사건, 노무현 대통령의 사망 원인, 미디어법 개정, 경부운하사업에 대해 집단의사표시를 한 것은 헌법과 법률이 허용하는 한계를 넘어선 정치적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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