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날씨와 기후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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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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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도 워싱턴을 비롯한 동부지역의 기록적 폭설이 정치논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지구 차원의 기후변화방지 노력에 동참을 선언한 마당에 최고 140cm의 폭설이 내려 연방정부가 나흘째 휴무하고 워싱턴과 뉴욕의 도시기능이 마비됐다. 공화당에서 기후변화를 빈정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공화당 짐 드민트 상원의원은 9일 트위터를 통해 “지구온난화 주장이 허구임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도 온난화가 ‘과학적 허풍’이라고 열을 올렸다.

▷민주당 측은 “공화당이 날씨와 기후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며 무지를 나무란다. 서울도 올해 기상관측 이래 최고 폭설과 이례적 한파를 겪었지만 미국은 땅덩어리가 커서 그런지 날씨가 더욱 들쭉날쭉하다. 연중 따뜻한 플로리다 주가 영하권으로 떨어져 오렌지가 얼어붙고 연 강수량이 150mm인 캘리포니아 주에서 폭우가 쏟아졌다. 동남부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최저기온(영하 7도)이 알래스카 앵커리지(영하 1.6도)보다 더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폭설 때 우리나라에서도 ‘소(小)빙하기’ 논란과 함께 지구가 온난화는커녕 차가워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었다. 날씨와 기후는 다르다는 것이 기후학자들의 답변이다. 날씨는 대기활동의 변화로 인한 국지적 단기적 기상현상이고 기후는 위도와 계절까지 영향을 미치는 광역적 장기적 현상이다. “오늘 날씨 춥네”라고는 말해도 “오늘 기후 춥네”라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서늘한 기후’ ‘기후의 변화가 심하다’ 같은 용례가 나오는 것을 보면 일상의 언어생활에서는 날씨와 기후가 어지럽게 혼용된다.

▷지구온난화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는 극단적 환경론자들의 잘못도 크다. 지구가 더워지고 해수면이 상승한다고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며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불어넣는 데 따른 반감도 만만찮다. 공포 마케팅은 처음엔 눈길을 끌어도 장기적으로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흡연의 폐해를 보여주는 폐암사진 등을 담뱃갑에 붙여도 흡연율이 떨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흡연자가 자포자기하거나 끔찍한 사진에 내성(耐性)이 생기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섬뜩한 경고 대신 희망 마케팅을 할 필요가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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