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권자는 ‘전면 무상급식’ 공약의 허실 직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4일 03시 00분


6·2지방선거를 앞두고 학교 무상급식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경기도지사 출마 의사를 표명한 야권의 몇몇 후보가 무상급식에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데 이어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여권의 후보까지도 초등학교 무상급식 계획을 발표했다. 학생들에게 공짜로 점심을 주겠다는 데 마다할 학부모가 없을 터이니 이러다간 전국의 모든 시도 단체장과 교육감 출마자들이 경쟁적으로 무상급식 공약을 들고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무상급식 논란을 촉발한 당사자는 작년 전교조의 지원으로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다. 그는 작년 말 도내 초등학교 5, 6학년 전원에게 무상급식을 해주는 예산안을 경기도의회에 냈으나 채택되지 않자 이달 2일 아예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초중학교에 무상급식을 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의회 통과 여부에 상관없이 재선 출마를 위한 선전효과를 노린 것이다.

경기도 초중학생 138만9000여 명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하려면 6612억 원이 소요된다. 서울의 경우 초등학생만 해도 59만8000여 명에 2587억 원, 중학생까지 포함하면 95만4000여 명에 4318억 원이 필요하다. 급식시설비 같은 수천억 원의 부대경비는 별도다. 경기도교육청(8조2000억 원)과 서울시교육청(6조3000억 원) 전체 예산 가운데 70∼80%가 교사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로 지출되고 있어 나머지 사업비 가운데 태반을 무상급식에 쏟아 부어야 할 판이다. 다른 교육사업에 차질이 생길 게 뻔하다. 설사 시도에서 일부 예산을 지원해주더라도 요긴한 곳에 써야 할 돈을 빼와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선거 출마자들은 유권자들의 구미에 맞는 공약을 마구 남발하지만 내막을 따져보면 결국은 유권자들에게 그 부담이 돌아간다. 급식비 월 5만∼6만 원 혜택이 당장 달콤할지 모르지만 그 때문에 더 좋은 교육의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형편이 괜찮은 학생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해주기보다 형편이 어려운 더 많은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사회정의와 형평의 개념에도 부합한다. 길게 보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공약이 숱하게 쏟아져 나올 것이다. 우리는 국가 자원 배분의 왜곡과 국론 분열을 초래하고 있는 세종시 문제만으로도 포퓰리즘 공약의 폐해를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다. 국민을 속이고 국가에 해독을 끼치는 공약을 남발하는 출마자들은 유권자들이 가려내야 한다. 현명한 유권자라야 선진 국가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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