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 주민 생명 구하려면 식량 지원도 받아들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북한이 어제 우리 정부의 신종 인플루엔자 관련 지원 제의를 수용했다. 우리 정부가 10월 말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인도적 차원에서 옥수수 1만 t 지원을 제의했으나 북이 아직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신속한 대응이다. 북한도 그만큼 다급하다는 얘기다. 신종 플루는 시간을 다투는 문제이니만큼 절차를 간소화해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북은 그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평양과 신의주에서 9명의 신종 플루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고 공표했다. 사정은 이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이미 신종 플루가 번져 40여 명이 사망했고 이달 4일부터는 모든 학교가 예년보다 한 달 일찍 방학에 들어갔다. 식량난으로 인한 주민의 건강상태나 빈약한 의료시스템을 감안하면 발병 자체가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총인구의 30%인 700만 명가량이 감염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신종 플루는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 신속하고도 동시다발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조기에 신종 플루의 기세를 꺾을 수 있도록 초기에 충분한 양의 타미플루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치료제뿐만 아니라 예방과 치료를 돕는 의료장비와 인력 지원도 제의해 볼 일이다.

식량 문제도 심각하긴 마찬가지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올해 북의 곡물 생산과 수입에다 국제 지원까지 감안하더라도 최소 곡물 소요량 513만 t에 비해 84만 t가량이 부족하다고 예측한다. 그런데도 북은 3월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을 일방적으로 거부했고 영·유아 및 임산부 등 취약계층을 위한 우리 정부의 옥수수 1만 t과 분유 20t, 의약품 지원 제의마저 수용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 정권은 주민을 살리고 사회를 안정시킬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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