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서울대의 결단을 촉구한다. 세종시로 가라. 나라의 장래와 서울대의 발전을 위해. 지난번에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서울대가 세종시로 가라’고 썼으니, 이번에는 역사의 속기록에 남긴다는 신념으로 ‘서울대가 세종시로 가야 하는 이유’를 말하겠다. 내친김에 서울대병원도 세종시로 가야 한다고 제의한다. 오직 서울대를 위한 충정으로 말한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함께 세종시로 이전한다고 해도 결코 서울대가 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기업은 정권이 바뀌면 세종시를 떠난다. 그것이 기업의 생리다.
세계적 일류大로 도약할 기회
서울대 학생 몇 명이 먼젓번 글을 교내 게시판에 올리고 e메일을 보낸 대로 필자는 서울대 출신이 아니다. 하지만 1980년대 초반, 학원자율화 열기가 한창이던 관악캠퍼스에서 꼬박 2년간 ‘종군(從軍)’했었고, 이어 1년간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지역을 담당한 경험이 있다. 특히 1984년 초반부터 1986년까지 만 2년간 관악캠퍼스를 출입하며 많은 교수 교직원 학생들과 우정을 쌓았고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교유하고 있다.
우선, 서울대는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대한민국 최고의 국립대학이다. 사립대학에 비해 학비가 훨씬 싸고, 시설도 좋다. 서울대의 유구한 전통과 동문들의 사회적 기여, 재학생들의 지적 역량은 당연히 그런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 지난번 글의 제목은 ‘서울대가 세종시로 가라’였다. ‘서울대를 세종시로 보내라’가 아니었다는 의미다. 서울대가 세종시로 간다면 전적으로 서울대 구성원들의 선택과 결단이어야지, 정치권의 강권이나 표 계산에서 비롯돼서는 안 된다.
둘째, 서울대 교수와 학생들은 절대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우리 기업 4, 5곳은 세계 일류지만 서울대는 결코 세계 일류 대학이 아니다. 당신들이 늘 말해왔듯이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스탠퍼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 세계의 명문대는 대학을 중심으로 발전한 도시에 있다. 입으로는 늘 그런 대학들을 부러워하면서 정작 자신들에게 그런 기회가 왔을 때 이를 모른 척하는 것은 지식인의 정도가 아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앞뒤가 맞다.
셋째, 정부는 서울대가 세종시로 이전할 경우 마땅히 파격적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교수들의 처우 주거 복지시설 및 연구 여건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해야 한다. 중대형 교수 아파트를 지어 저가로 분양하고, 퍼블릭 골프장도 만들고, 고급 녹지와 운동 시설도 마련해라. 넷째, 학생들을 위한 고급 기숙사를 만들어 전원 기숙사 생활을 의무화하라. 서울대 학생들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다면 30세가 넘도록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는 한국 젊은이들의 의식에 일대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이는 서울대 이전에 따른 중요한 사회 현상이요, 엘리트들의 의식 전환 계기가 될 것이다.
서울대병원 이전도 고려해봐야
다섯째, 서울대병원도 이전을 고민해 봐야 한다. 1978년 신축 개관 당시 서울대병원의 위상과 현재의 평가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의 시설과 장비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울산대 서울아산병원에 의사와 환자를 빼앗기기 십상이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의원에게 당부한다. 지금까지 고 박정희 대통령이 서울대 학생들의 시위를 막기 위해 관악산 골짜기에 서울대 터를 마련하고, 그 앞에 동양 최대의 파출소를 설치하도록 한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나 역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들은 “그렇지 않다. 박 대통령은 헬리콥터를 타고 몇 번씩이나 서울대 최적 용지를 답사한 끝에 관악산 자락을 골랐다. 박 대통령은 학생 시위를 두려워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나는 박 의원이 아버지에 필적하는 ‘민족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재목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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