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현상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사회 각계각층의 많은 전문가가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이애주 의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대해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성과가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자녀를 갖지 않으려는 이유는 육아 및 사교육비 등 양육 부담 때문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현장 감각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출산대책은 현장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출산 및 출산 후의 실제 상황을 고려해 보라는 의미이다. 아기를 어디에서 낳는가? 98.2%가 병원에서 낳는다. 낳은 아기는 일차적으로 어디에서 돌보는가? 가정이다. 간단히 말해서 여성이 아기를 낳은 후에 다시 한 번 낳고 싶은 환경을 만들고, 아기를 다시 기르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 주도록 노력하면 된다.
출산은 여성 혼자서 하지 않는다. 분만서비스를 제공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있다. 양측이 우호적으로 즐겁게 참여하도록 하는 환경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출산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의료분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분만현장이다. 여성이 원하는 출산환경을 만들고 의사가 즐겁게 참여하도록 출산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이 현장중심적 접근이다.
육아환경에서는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기를 낳고 기르는 대부분의 힘든 일을 여성만의 역할로 착각하는 남성이 많다. 밤에 아기가 울어도 아빠는 코를 골며 자고, 힘들게 일어나 아기를 돌보는 것은 늘 여성의 몫이다. 사정이 이러니 산부인과를 찾아온 여성에게서 “아기를 한 번 더 낳으려 해도 남편이 미워서 못 낳겠어요”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저출산 현상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공동으로 해결할 국가적 과제이다. 지금까지 나온 많은 대책이 여성 또는 부부의 생활 속에서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를 생각하면 좋겠다. 출산과 육아로 고민하는 모습을 세심히 파악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게 더욱 가까이 가는 실용정부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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