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정미]바보상자, 공부상자

  • 입력 2006년 8월 25일 03시 00분


집에서 뒹굴며 TV 리모컨을 끼고 사는 아이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부모들이 많다.

우리 집도 어린이 만화만 나오는 채널이 3개나 돼 아이가 1시간 이상 TV를 보면 아이와 종종 실랑이를 벌인다.

하지만 아이에게 무조건 TV를 못 보게 하지는 않는다. 아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TV를 보면 아이들이 오히려 창의력도 뛰어나고 글도 재미있게 쓰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TV 프로그램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해가 빠르고 뒷이야기 상상하기를 할 때도 더욱 풍부한 글을 써낸다. TV를 활용해 더 재미있게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방법들은 여러 가지다.

한 주간 본 TV 프로그램 3가지 소개하기, 내가 만들고 싶은 방송 프로그램, 신문의 오늘의 날씨 보고 TV 기상 캐스터처럼 말하기, 좋아하는 연예인 가상 인터뷰, 주요 뉴스에 대한 느낌 쓰기 등.

아이들은 이런 것들을 하면서 유행을 알고 감각도 키울 수 있다. 요즈음은 초등학생만 돼도 누구나 좋아하는 연예인 한두 명쯤은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좋아하는 연예인에 관한 글을 써보라고 하면 “좋아하는 연예인이 없어요. TV를 안 봐서 몰라요”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종종 느끼는 것은 TV를 무조건 안 보기 운동이 아니라 제대로 보기 운동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지나치게 TV에 빠져도 곤란하지만 적절하게 TV를 보도록 하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역사도 배운다. 사극을 보면서 옛날에는 신분도 있고, 신분 차이에 따라 옷 형태와 색깔, 사는 곳이 달랐다는 것도 알려 줄 수 있다. 아이가 역사책에서 읽은 내용과 드라마의 차이점을 얘기하면서 논리적인 사고도 키워 줄 수 있다.

부모들은 TV를 거실에서 치운 사람들을 보면 대단한 결심을 했다며 극찬한다. ‘TV를 끄면 가족사랑이 보인다’는 말도 있다. TV를 치운 부모들의 나름대로의 고충과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TV 시청을 놓고 아이들과 실랑이만 하기보다는 아이들에게 간접 경험을 쌓게 하고 자연스럽게 학습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

이정미 독서 논술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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