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北경수로사업 실패 되풀이 않으려면

  • 입력 2006년 1월 9일 03시 02분


북한 신포 경수로 공사현장에 남아 있던 우리 측 근로자 57명이 어제 철수함으로써 대북(對北) 경수로 사업이 중도에서 사실상 종료됐다. 11년간 북핵 문제 해결의 기제로 작동해 왔던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체제가 결실을 보지 못하고 막을 내린 것이다. 실패의 대가(代價)는 최소화하고, 교훈은 살려 나가는 지혜가 절실하다.

정부는 이미 9·19 베이징 합의를 통해 ‘북이 핵을 포기하면 200만 kW의 전력을 공급하고,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 문제도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칫하면 전력과 새 경수로 비용까지 모두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6자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200만 kW 전력 공급부터 약속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중단된 신포 경수로 공사에만 11억3700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이를 되살릴 수만 있다면 살려야 한다. 아니면 200만 kW 전력 공급을 없던 일로 하든지. 어떤 경우에도 이중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 2억∼5억 달러의 신포 경수로 청산비용도 일본, 유럽연합(EU)과 형평에 맞게 나눔으로써 부담을 줄여야 한다. 모두가 국민의 세금에서 나간다.

신포 경수로 공사 종료는 ‘신뢰’와 ‘한미 공조’가 핵문제 해결의 두 기둥임을 절감케 한다. 제네바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은 핵을 포기하지 않았다. 우라늄 농축장비를 구입했고, ‘핵무기 보유’ 선언까지 했다. 이런 약속 위반이 제네바 합의를 휴지로 만든 1차적 원인이다.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해도 북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북정책은 미국의 정책과 정합성(整合性)이 있어야 한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민주당 정부 때는 옳건 그르건 포용정책(햇볕정책)이 통했으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정부 아래서는 줄곧 삐걱거렸고, 결국 경수로 공사 종결로 귀결되고 말았다. 이것이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이다. ‘민족끼리’를 외치며 친북탈미(親北脫美)하는 듯한 인상만 심어서는 어떤 대북정책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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