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군 재편 이후’ 동맹 로드맵 있나

  • 입력 2004년 8월 22일 18시 40분


한미 양국은 지난주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합의서에 가서명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때맞춰 “2사단을 미래형 사단급 부대로 재편한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재배치와 감축을 알리는 신호탄들이다. 앞으로 10년에 걸쳐 해외주둔 미군 6만∼7만명을 철수시키겠다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발표에 견주어 보면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 속도는 유난히 빠르다.

미국에 의해 미국의 속도로 추진되는 주한미군 변화는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감축 일정 연기를 요청한 정부의 움직임에도 불안감이 배어 있다. 미국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잘못된 시점에 (북한에)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한반도의 억지력을 약화할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성조지는 상당수 주한미군도 감축에 반대한다고 보도했다.

10월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감축 일정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큰 변화를 기대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안보 불안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급하다. 일정 연기에 매달리기보다 ‘미군 재편 이후’ 대책에 전념해야 한다.

‘인계철선’ 역할을 포기한 미군이 후방으로 물러나 병력 3분의 1을 줄인 이후 한미관계는 동맹의 질에 좌우된다. 유사시에 대비한 최선의 대책은 양국이 남한 방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공유하는 것이다. 미국은 미군전력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우리는 기지이전을 위해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 그것이 동맹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특히 정부는 동아시아 전략의 중심축을 일본으로 옮기려는 미국의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미군 재배치와 감축이 한미동맹의 평가절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정부가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미국과의 ‘외교 코드’ 맞추기 역시 중시해야 한다. 지금은 한미 두 나라 모두에 민감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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