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금사모' 화제

  • 입력 2000년 7월 6일 00시 00분


개발 시대, 고향에 내려가도 산천은 간 데 없고 추억만 남아 있다. 풍광 좋은 산기슭에는 전원주택과 러브호텔, 연수원 등이 들어서 있고 냇물의 가재나 송사리 다슬기도 자취를 감춘 곳이 많다.

그러나 충남 금산군은 다르다. 다른 지역 산천이 온갖 난개발로 인해 망가지고 있지만 이 곳은 옛 고향의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한 곳이 많다.

이같은 금산의 전통미를 살리기 위해 금산과 아무런 지(地) 혈(血) 학(學)의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 지난해 6월부터 ‘금사모(금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만들어 금산 알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무엇이 이들을 금산에 푹 빠지게 만들었을까. 최근 금사모에 가입했다는 홍사종(洪思琮·전 정동극장장)숙명여대교수의 말. “전국 어디를 가든 살풍경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금산은 달랐어요. 다른 곳 같으면 당연히 호텔과 카페가 들어서 있을 법한데 그렇지 않더군요.”

금산(錦山)은 문자 그대로 비단같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또 그 한가운데를 비단강(금강)이 흐르고 있다. 이처럼 천혜의 경관을 갖고 있지만 농업이 생명력을 잃어가면서 고향을 등지는 주민들이 많아졌다. 한때 13만명에 달했던 주민은 지금은 6만5000여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요즘 금산은 ‘거꾸로 가는 정책’으로 자치단체 경영 전략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 시인이기도 한 김행기(金行基)군수가 있다. ‘환경보전이 금산의 경쟁력이다. 10년뒤면 자연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금산으로 몰려들 것’이라는 철학을 갖고 환경우선 정책을 펼치기 시작한 것. 인삼 약초 꽃길을 조성하고 산골짜기 오지마을을 생태문화마을로 만들고 군내 1000여개의 산을 자연공원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왜 당장 돈 되는 개발을 하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일부 군민들과의 마찰도 적지 않았다. 광물이나 토석 채취를 허가해 주지 않아 업자들이 군수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군수의 철학은 확고하다. “스위스 정부가 바보라서 공장을 짓지 않나요. 굴뚝없는 산업이 바로 금산의 희망이 될 겁니다.” 금산군은 올해 능률협회가 선정한 지방자치경영대상을 받았다.

금사모는 이런 금산을 아끼고 구전(口傳)으로나마 널리 알리겠다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회장은 전용수 인하대경영학과교수.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언오이사와 민승규선임연구원이 주축이고 역도 국가대표 출신인 안지영, 사진작가 김성옥, 야생화 전문가 김태정, 서울 서초구 양재2동 동장 김만수씨 등 각계 각층이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틈이 날 때마다 금산을 찾아 농민들과 어울리며 ‘옹기에 담은 인삼 초콜릿’ 등 벤처농업기술 컴퓨터교육 등을 해준다. 7월28일 한 폐교에서 어린이를 상대로 환경 캠프를 열고 작은 음악회도 추진할 계획. 음악회 프로그램은 가수 노영심씨가 짜고 있다. 민승규연구원은 “농담으로 금사모가 아니라 금미모(금산에 미친 사람들의 모임)으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금산에 애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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