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에 돈 뿌리느니 불우이웃 돕겠습니다"

  • 입력 2000년 4월 7일 20시 03분


“부패한 정치권에 몸을 담그기보다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문광고 등을 통해 부정부패를 고발해 온 ㈜재이손의 이영수(李永守·62)사장이 16대 총선에 입후보하려던 뜻을 접고 미리 마련했던 선거비용 가운데 5000만원을 7일 동아꿈나무재단에 보내왔다.

20여년 동안 사업에만 열중해온 이사장이 정치판에 뛰어들 결심을 했던 것은 몸소 국회로 들어가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아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법과 규정을 지키고서는 당선되기 어려운 선거 현실에 부닥쳐 출마를 포기해야만 했다. 국회의원이 되기도 전에 범법자가 될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선거자금으로 1억원을 준비했는데 사정을 들여다보니 이 돈으론 어림도 없겠더라고요. 양심을 속여가면서 정의를 부르짖을 수는 없겠다 싶어서 그만두고 이 돈을 좋은 일에 쓰기로 한 겁니다.”

이사장은 “출마는 포기했지만 투표만은 꼭 할 것”이라며 “주권행사를 포기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썩은 정치의 영원한 노예로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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