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업지지가 대안인가

  • 입력 1997년 1월 16일 20시 25분


노동계의 총파업이 한고비를 넘기려는 때에 국민회의와 자민련 두 야당이 대안(代案)제시는 없이 파업지지를 선언한 것은 잘못이다. 게다가 양당 의원들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지도부를 방문, 파업을 격려한 것은 야당이 이 시국을 원만히 수습할 의사가 있는지 의심케 한다. 물론 노동법의 재심의(再審議)뿐 아니라 영수회담도 거부하는 여권(與圈)의 강경입장이 결국 야당을 막다른 길로 내몰았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해도 장기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고 국가적 위기감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마당에 파업지지 선언을 한 것은 사려깊지 못했다. 야당의 주장처럼 현재의 파업이 정당한 것이고 파업이 계속돼 나라가 더 이상 수습할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면 도대체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두 야당은 15일 성명을 통해 『노동계의 파업은 근로조건 악화에 저항하는 권리구제 행동으로 합법적이며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파업이 합법이냐 불법이냐 하는 것은 논외로 하고 정당한 권리구제 행동이 파업뿐이냐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파업만으로도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치유하기 힘들 만큼 깊어졌고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경제건 정치건 끝없이 추락하고 말 것이란 우려가 높은데도 그런 대목은 접어둔 채 파업을 지지하면서 합법성 정당성만 주장하는 게 과연 옳은건지 묻고싶다. 책임있는 정당이라면 이번의 파업사태로 드러난 문제점을 고치거나 보완할 대안부터 국민앞에 제시해야 했다. 그 대안이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면 합법적으로 그의 관철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다짐과 함께 파업을 풀고 직장에 복귀할 것을 호소하는 것이 도리였다. 나라도 살고 근로자의 권익도 보장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제시는 하지 않고 갑자기 파업지지를 선언한 건 국정의 절반을 책임진 야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야당으로서는 여당에 대한 대화요구가 번번이 묵살된 처지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할지 모르나 그건 스스로 정치력이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여당이 노동법에 대한 대안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을 때 그 이상의 것을 내놓아 오히려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도 있었다. 난국을 풀기 위해선 대화할 사람이 누구이든 문제될 수 없다며 먼저 국회에 들어갔다면 훨씬 더 국민의 믿음과 지지를 얻을 수도 있었다. 야당이 그런 여론을 무시하고 파업이 일어난 지 보름도 지나 파업을 지지하고 나서니 눈치보기 대선전략이란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제라도 야당은 근로자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파업참가자들의 직장복귀를 권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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