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무역법 122조’ 대체관세 기습 예고
주력 수출 품목 관세 높이면 韓 악영향…불확실성
비관세 장벽-안보카드로 韓 압박시 대응 마땅찮아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6.2.11 ⓒ 뉴스1
미국 연방대법원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 상호관세에 위법 판결을 하면서, 정부와 경제계는 이 판결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한국산 제품에 적용되던 15%의 상호관세는 법적 근거를 잃고 효력이 정지됐다. 한국산 제품 관세를 25%로 올리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역시 근거가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대한 10%의 ‘글로벌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는 품목 관세 등 ‘대체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반도체나 자동차 등에 품목별 관세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난해 한미 협상에 따라 25%에서 15%로 관세율이 낮아진 자동차는 특별한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판결은 상호관세가 대상이라 품목 관세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명확히 정리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 판결 의미와 향후 여파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이 “10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아직 품목 관세 비율은 확정되지 않아 왔다. 미국이 반도체 산업을 경제 안보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만큼, 관세뿐만 아니라 수출통제, 대미 투자 요구 등으로 압박 수위가 지속해서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 산업을 경제 안보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만큼 새로운 압박 수단을 마련할 수 있다“며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새로운 압박 수단을 마련할 수 있는 만큼 여러 방면에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선 지난해 한미 무역 협상 타결의 핵심 지렛대였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이번 판결로 영향을 받지 않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작년 관세 협상 결과로 주요 조선사들이 미국 투자 및 사업 계획을 결정했는데, 이번 판결로 협상 결과가 영향을 받는다면 새로 계획을 짜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실물 경제뿐만 아니라 외환·금융시장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 왔던 대미 투자 합의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했던 나라들이 그 당위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그간의 합의를 조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각국의 불만도 있다. 한국의 경우 미국이 3500억 달러의 자국 투자를 끌어낸 관세 압박의 근거가 흔들리게 됐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쓸 수 있는 통상 카드가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합의한 협의를 다시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일방적인 비관세장벽을 세우거나 주한미군 등 안보 문제를 앞세워 한국 정부를 압박한다면 한국으로서는 대응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
이런 가운데 산업통상부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대응해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총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21일 서울 기술센터에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소관부서 국·과장, 주미·주일 대사관 상무관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판결의 영향과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김 장관은 “이번 판결로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다소 높아졌으나 한미 관세 합의를 통해 확보된 대미 수출 여건은 큰 틀에서 유지될 것”이라며 “정부는 이번 판결 내용과 미 행정부의 후속 조치, 그리고 주요국 동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익에 가장 부합한 방향으로 총력 대응하고, 우리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1일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과 관련, 긴급회의를 소집해 국내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미국 내 동향과 주요국 대응 상황을 철저히 파악하고, 관계 부처와 함께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국내 산업별 영향과 대응 방안을 긴밀히 논의해야 한다”며 “국내외 금융시장을 포함해 관련 동향을 자세히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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