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 동생 최수원 구심 보고 “오!”… 고인 선수협 결성때 법률자문 인연
대통령 지방구장 KS 시구는 처음… 대선 때 야구팬과의 공약 지킨 셈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자를 소개합니다. 시구자는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입니다.”
25일 두산과 KIA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둔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사회자의 소개를 받은 김 회장은 글러브를 들고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곧이어 깜짝 쇼가 펼쳐졌다. 사회자는 “그리고 이분도 함께하겠습니다.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입니다”라는 말로 깜짝 손님을 소개했다.
푸른색 대한민국 대표팀 야구점퍼를 입은 문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구장을 가득 채운 1만9600명의 팬은 에이스 양현종이 소개될 때보다 더 큰 함성으로 대통령을 맞았다.
김 회장으로부터 글러브를 건네받은 문 대통령은 만면에 미소를 띠며 관중의 환호에 답했다. 그리고 KIA 포수 김민식을 향해 시구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경 경기장에 도착해 시구 복장으로 갈아입은 후 약 15분간 시구 연습을 했다. ‘가을 까치’로 불리며 한국시리즈 때마다 맹활약했던 김정수 KIA 코치가 문 대통령의 시구 연습을 도왔다.
마운드에 오른 문 대통령이 던진 공은 타석에 있던 두산 류지혁 쪽으로 날아갔다. 류지혁은 뒤로 빠지면서 방망이를 휘둘렀으나 맞지 않았다. 공은 바닥에 튄 뒤 김민식의 미트로 들어갔다.
시구를 앞두고 선수, 심판과 악수를 나누던 문 대통령은 “오!” 하고 탄성을 질렀다. 문 대통령을 놀라게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최수원 심판. 작고한 전설적인 투수 최동원(1958∼2011)의 동생이었기 때문이다.
야구 명문 경남고 출신인 문 대통령은 경희대 재학 시절 학년 야구대회에서 주장을 맡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사법연수생 시절 동호회에서 4번 타자도 맡았던 야구 마니아다. 경남고 후배인 최동원이 1988년 프로야구선수협의회 결성을 추진할 때 법률 자문을 맡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대선 기간 김 회장, 김성한 전 KIA 감독 등 많은 야구인이 유세 현장을 찾아 선거운동을 도왔다.
야구를 좋아하는 문 대통령은 7월 재계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에게 “저도 동네 야구는 좀 했다. 두산이 2년 연속 우승을 했는데 올해는 어떻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올 초 대선 유세 기간에 홈페이지(문재인닷컴)에서 대선 투표 인증샷 및 프로야구 응원 이벤트를 열었다. 이벤트에 참여한 유권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응원을 받는 팀을 찾아 시구를 하기로 했다. 이번 시구는 공약을 지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대통령의 한국시리즈 시구는 김영삼(1994, 1995년), 박근혜 전 대통령(2013년) 이후 네 번째지만 서울이 아닌 지방 구장 한국시리즈 시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3개의 야구공에 사인을 남겼다. 이 중 하나는 야구박물관에 보관될 예정이고 나머지 2개는 한국시리즈 진출 팀인 KIA와 두산에 선물로 전달됐다. KIA 점퍼를 입은 김정숙 여사와 4층 스카이박스 라운지에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람하던 문 대통령은 4회가 끝난 뒤 김 여사와 난간에 얼굴을 드러내고 관중에게 손을 들어 인사한 뒤 경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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