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겠다” 11차례 외친 안철수… 5%대 黨지지율 회복이 첫 숙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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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선출]“지방선거 지면 黨 시들어 없어져”
서울시장 등 직접 출마할 가능성… 과반 턱걸이… 당내 갈등도 풀어야
대선 2, 3위 모두 정치전면 복귀… 야권 선명성 경쟁 치열해질 듯
문재인 대통령, 안철수에 축하전화 “靑 초청”

일찌감치 제1야당 대표로 자리매김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선 후보에 이어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27일 국민의당 대표로 선출됨으로써 지난 대선에서 패했던 2, 3위 후보가 모두 현실 정치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하지만 대선 패배 후 5% 안팎의 바닥을 기고 있는 당 지지율 회복과 내년 6·13지방선거 승리 등 산적한 과제가 안 대표 앞에 놓여 있다. 또 패배한 대선 후보의 조기 등판을 반대하는 당내 비판 세력의 반발을 어떻게 수습할지 안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 돌아온 안철수, 文 정부에 선전포고


“우리의 길은 철저하게 실력을 갖추고, 단호하게 싸우는 선명한 야당의 길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안 대표의 취임 일성은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였다. 제1, 2야당 대표가 5·9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권을 놓고 맞붙었던 경쟁자들로 꾸려지면서 야당의 선명성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당대회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안 대표는 “싸움” “싸우겠다”는 표현을 11번이나 쓰며 야당의 선명성을 거듭 강조했다. 안 대표는 “코드 인사 등 불합리에 맞서 싸우겠다” “선심 공약과 분명하게 싸우겠다”며 선전포고를 하듯 문재인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적진에 제일 먼저 달려갈 것이고, 적진에서 제일 나중에 나올 것이고, 한 명의 동지도 고난 속에 남겨두지 않을 것”이라며 현 정부에 대한 전의(戰意)를 드러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안 대표의 등판으로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됐던 민주당 중심의 정계 개편 시나리오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가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제3세력 중심의 정계 개편이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야당 사이에서 선명성 경쟁이 불붙는 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여당으로서는 정기국회 전략이 더욱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내년 지방선거, 안철수의 ‘마지막 기회’?

‘1여 3야’ 구도 속에 민주당 우세가 전망되는 내년 6·13지방선거는 안 대표에게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안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하면 국민의당은 시들어 없어진다”며 “국민의당을 살려 17개 모든 시도에서 당선자를 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안 대표의 임기는 2019년 1월까지지만 대표 경선 과정에서 ‘안철수 서울시장’ 차출론이 불거진 만큼 그가 직접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안 대표는 “당의 요청이 있으면 지방선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며 지방선거 등판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안 대표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5·9대선에서 문준용 씨 의혹 제보 조작 사건으로 당 지지율이 4∼5%대로 떨어져 원내교섭단체 4개 당 중 꼴찌를 도맡아 하고 있다. 당장 9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한국당 홍 대표 등 정치 경력이 풍부한 1, 2당 대표를 상대로 존재감을 어떻게 부각할지부터가 관건이다.

○ 당면 과제는 당내 통합


안 대표가 낮은 투표율(24.3%)임에도 1차 투표에서 51.1%로 과반 득표를 했지만 49%에 해당하는 당내 ‘비(非)안’ ‘반(反)안’ 세력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큰 과제다. 올 4월 대선 후보 경선 때 75%가 넘는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51.1% 득표율은 안 대표에게 초라한 성적표일 수도 있다.

안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끝까지 반대한 현역의원은 물론이고 탈당·출당을 언급했던 원외 고문들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것이 급선무일 수밖에 없다. 안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며 성명을 냈던 13명의 현역의원 가운데 전당대회장에 나온 인사는 전당대회 의장을 맡은 이상돈 의원 등 극소수에 불과했다. 함께 치러진 최고위원·청년위원장·여성위원장 경선에서도 안철수계가 선전한 가운데서도 안 대표 출마를 일관되게 지지했던 이동섭 의원이 최고위원 경선에서 낙마한 것은 녹록지 않은 당내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안 대표는 이날 밤 늦게 국민의당 손학규 상임고문을 만나 통합 행보를 시작했다. 28일에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천정배 전 대표, 정동영 이언주 의원을 만나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 문재인 대통령 축하 전화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55분경 안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약 5분간 통화하면서 당 대표 선출을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치 기운의 리더십을 보여줘서 정치권에 전파됐으면 좋겠다. 현재 여야정 협의체가 가동이 잘 안 되고 있는데 협조를 부탁한다”며 “새롭게 당 대표가 됐으니 다른 당 대표들과 청와대로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안 대표는 “민생과 국익에 관련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국정에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안 대표 측은 전했다.

최고야 best@donga.com·장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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