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동아사이언스]컴퓨터 속에 진짜 '벌레'도 살고있네

  • 입력 2001년 7월 25일 18시 26분


‘Hi! How are you’ 반가운 이 인사말이 요즘 가장 싫은 말이 됐습니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한 컴퓨터 바이러스가 이렇게 시작하는 전자우편을 무작위로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바이러스가 진짜 생명체라면 열심히 주사기로 약물을 뿌려대야 하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실제로 컴퓨터에도 생물이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해 영국의 식음료분석센터인 리딩 사이언티픽 서비스가 영국 AOL사의 후원을 받아 조사한 결과, 한달 동안 1.89g의 먼지가 컴퓨터 키 아래 쌓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먼지의 절반은 손가락에 묻어온 시리얼이나 비스켓과 같은 음식 부스러기였으며, 그 외 죽은 곤충의 사체나 손톱이나 피부 부스러기, 머리카락 등이 나왔다고 합니다. 미생물이 먹고살기에는 그만인 셈입니다.

두 번째 후보는 CD 드라이버입니다. 지난달 스페인 과학연구위원회 산하 생물학연구센터의 연구팀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CD를 파괴하는 곰팡이를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곰팡이는 CD 표면에 코팅된 합성수지인 폴리카보네이트를 먹어치웠다고 합니다. 폴리카보네이트의 구성성분인 탄소와 질소가 이 곰팡이의 먹이가 된 것입니다.

세 번째 후보는 본체 안입니다. 이 안에는 곤충이 살 가능성이 큽니다.

1945년 9월 9일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그레이스 호퍼라는 해군장교가 마크 Ⅱ라는 컴퓨터의 오동작을 점검하는 도중 컴퓨터 안에서 나방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그전부터 기계의 오작동을 ‘버그’(bug, 벌레)라고 불러왔는데 이때부터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류를 뜻하는 말이 돼버렸습니다. 당시 연구자들은 이 나방을 연구일지에 붙여놓고는 “실제로 버그가 발견된 첫 사례”라고 기록했다고 합니다. 1980년대말 국내에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진짜 미생물인지 헷갈렸다는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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