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컴퓨터에도 생물이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해 영국의 식음료분석센터인 리딩 사이언티픽 서비스가 영국 AOL사의 후원을 받아 조사한 결과, 한달 동안 1.89g의 먼지가 컴퓨터 키 아래 쌓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먼지의 절반은 손가락에 묻어온 시리얼이나 비스켓과 같은 음식 부스러기였으며, 그 외 죽은 곤충의 사체나 손톱이나 피부 부스러기, 머리카락 등이 나왔다고 합니다. 미생물이 먹고살기에는 그만인 셈입니다.
두 번째 후보는 CD 드라이버입니다. 지난달 스페인 과학연구위원회 산하 생물학연구센터의 연구팀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CD를 파괴하는 곰팡이를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곰팡이는 CD 표면에 코팅된 합성수지인 폴리카보네이트를 먹어치웠다고 합니다. 폴리카보네이트의 구성성분인 탄소와 질소가 이 곰팡이의 먹이가 된 것입니다.
세 번째 후보는 본체 안입니다. 이 안에는 곤충이 살 가능성이 큽니다.
1945년 9월 9일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그레이스 호퍼라는 해군장교가 마크 Ⅱ라는 컴퓨터의 오동작을 점검하는 도중 컴퓨터 안에서 나방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그전부터 기계의 오작동을 ‘버그’(bug, 벌레)라고 불러왔는데 이때부터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류를 뜻하는 말이 돼버렸습니다. 당시 연구자들은 이 나방을 연구일지에 붙여놓고는 “실제로 버그가 발견된 첫 사례”라고 기록했다고 합니다. 1980년대말 국내에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진짜 미생물인지 헷갈렸다는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