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갈 곳 없어진다” 화장 꺼려

  • 입력 2008년 5월 16일 03시 03분


국립중앙박물관 ‘페르시아’ 특별 강좌<5>이슬람의 관혼상제

14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은하문화학교 ‘페르시아 및 이슬람 문화의 이해’의 주제는 ‘이슬람의 관혼상제(冠婚喪祭)’. 강사로 나선 최진영 한국중동협회 사무총장은 이란(옛 페르시아)을 포함한 이슬람 사람들이 일생 동안 겪는 다양한 통과의례 문화를 소개했다.

○ 탄생

이슬람 사회에서 출산은 신의 은총, 가계의 승계, 노동력의 증가, 전사(戰士)의 확보를 뜻한다. 최 사무총장은 “오랫동안 유목 문화가 지배해 인구 부족을 겪었던 이슬람 사회에는 군사와 노동력 확보를 위해 출산을 장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슬람인들은 아기가 태어난 지 7일째 되는 날 희생제를 연다. 남자 아이의 경우 양 두 마리, 여자 아이일 때는 한 마리를 잡는다. 이슬람인들은 이때 양을 잡지 않으면 자녀가 일찍 죽거나 부모가 죽은 뒤 ‘최후 심판일’에 자녀가 부모를 변호해주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 결혼

이슬람 사회에서 결혼은 사회적, 종교적 의무다. 신랑감은 아버지가, 신붓감은 어머니가 고르고 최종 결정권은 아버지에게 있다. 이슬람 사회에서 결혼은 대부분 중매로 이뤄진다. 최 사무총장은 “이슬람 사회에는 혼납금이 있어 결혼할 때 신랑이 신부에게 지불하며 이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혼이나 사별을 대비한 여성의 ‘사회 보험’인 셈이다.

○ 죽음

이슬람인들은 죽음을 종말로 여기지 않는다. 단지 영혼과 육체 사이의 일체감이 소멸되는 과정으로 여긴다는 게 최 사무총장의 설명.

화장을 하면 영혼의 안식처가 없어진다고 생각해 주검을 화장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이슬람인들은 주검의 얼굴을 메카(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가 태어난 이슬람 최고의 성지)로 향하게 한다. 묘실은 서너 명이 매장될 수 있게 넓게 판다. 다른 가족이 죽으면 함께 매장하는 관습 때문이다. 최 사무총장은 “남편과 사별한 부인은 넉 달 열흘간 다른 남성과 접촉을 피해야 하고 1년 뒤에야 재혼이 허용된다”고 말했다.

○ 가족제도

이슬람인들의 이름은 어떻게 구성될까. ‘무하마드 아메드 이브라힘’이라는 긴 이름의 이슬람 남성을 예로 들어보자. 무하마드는 자신의 이름, 아메드는 아버지의 이름, 이브라힘은 할아버지의 이름이다. 할아버지 이름 대신 가문의 이름을 쓰는 경우도 있다. 여성은 결혼 뒤에도 아버지, 가문의 이름을 그대로 쓰지만 남편의 이름은 쓰지 않는다.

이는 가족을 중시하는 이슬람인의 문화를 보여준다. 이 덕분에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대가족 제도가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다. 최 사무총장은 “양자를 들이는 건 금지돼 있지만 고아나 부모가 생활 능력이 없어 양육이 불가능한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것은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전시는 8월 3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어른 1만 원, 학생 9000원, 어린이 8000원. 02-793-2080, www.persia2008.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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