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집중진단/시청률조사]대표성 부족 오차 크다

  • 입력 1999년 8월 16일 19시 58분


국민 모두가 경제위기 극복에 매진하는 동안에도 우리 방송은 공·민영 가릴 것 없이 시청률에 더욱 집착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낮으면 도중하차하고 높으면 고무줄 방송이 된다. 시청률을 높일 수 있다면 남의 생각이나 작품을 도적질해도 상관없다는 식의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시청률은 상대적인 시청자집단의 크기만을 알려줄 뿐이며 그것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 시청률 조사는 서울 지역 300가구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대표성이 부족한데다 적은 표본수로 인한 오차가 너무 커 시청률의 근소한 차이가 극명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처럼 빈약한 정보를 주는 시청률이 방송의 절대적인 평가 잣대인양 인식될 근거는 아무데도 없다.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시청자의 몫이다. 시청자의 평가는 단순히 보고 안보고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시청하고 시청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얻는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이런 정보는 바로 ‘질적 조사’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질적 조사는 왜 시청자들이 그 프로그램을 보며, 그것에서 얻는 만족감은 어떤 것이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경험하는 시청과정의 질, 만족도, 시청이유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질적 조사를 통해 얻는 이런 자료들은 제작자에게 시청자가 좋아하는 질높은 프로그램 제작의 구체적 가이드를 제공하고, 시청자에게는 프로그램 선택의 기준을 제공한다. 방송환경을 오염시키는 양적 시청률 조사를 대신할 질적 조사의 활성화가 시급하다.

이은미(박사·방송위원회 정책연구국 연구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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