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문겸]벤처 3만개 시대의 3대 과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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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맨 숭실대 교수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맨 숭실대 교수
벤처기업이 드디어 1월에 3만 개가 됐다. 일단 질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한국 벤처계의 대단한 성취다. 그런데 대단한 성취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신생 벤처가 늘었다고 당장 일자리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들 제품을 사 줄 시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스타트업 국가인 이스라엘과 벤처의 메카라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보면 그들만의 독특한 스타트업 문화와 벤처 생태계가 존재한다. 벤처 생태계는 정부의 노력과 자금의 투입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벤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3대 과제의 키워드는 기업가 정신, 경쟁 그리고 협력이다. 기업가 정신은 기업이나 개인이 불확실성과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창업 활동을 말한다. 스탠퍼드, 버클리 등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대학의 졸업생 상당수는 창업을 하거나 벤처기업에 입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벤처 생태계에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 졸업생들은 창업하거나 벤처기업에 입사하기보다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취업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고 이에 맞춰 대학은 학생들의 취업에 많은 자원을 쏟아붓는다. 반면 기업가 정신에 대한 교육이나 지원 활동은 상대적으로 미약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창업 선도 대학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대학 스스로가 이런 역할에 눈뜨지 않고서는 살아 있는 벤처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의 창의와 연구 결과가 벤처 창업으로 연결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둘째 과제는 경쟁을 통하여 강한 벤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시장 선택에 의한 벤처기업의 경쟁력 확보보다는 자금의 공급을 통하여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중소기업청이 1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내놓은 벤처·창업 생태계의 선순환 정착을 위한 대책을 봐도 대부분이 자금 지원 정책이다. 한마디로 너무 돈이 많다. 새로운 사업 기회와 인재는 무궁무진한 것이 아니다. 최고의 인재들로 구성된 팀이 최고의 벤처기업을 만든다. 그러나 넘치는 자금을 따라 각자가 개별 창업을 한다면 벤처기업은 많아질지 몰라도 최고의 벤처기업을 만드는 기량과 경쟁을 통하여 단련되는 역량은 희석된다. 금융도 정부의 재정 지원보다 금융부문이 자체 경쟁력을 갖춰 시장의 논리로 자금을 공급하여야 한다. 반면 정부는 지식재산권 보호 등 경쟁의 플랫폼을 만드는 데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셋째는 협력이다. 대기업, 대학, 연구소와 벤처기업 그리고 벤처기업 간 상호 협력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실리콘밸리가 벤처의 메카처럼 칭송되는 그 핵심은 이들 간의 인력과 정보가 활발하게 교류되는 네트워크 때문이다. 성공한 벤처기업은 자본과 경험을 투자하여 새로운 벤처를 육성하고 구글 같은 대기업은 제대로 값을 주고 혁신적인 벤처기업을 인수한다. 이런 네트워크 안에서는 창업도 손쉽고 실패도 손해가 아니라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자산으로 쓰인다. 이스라엘은 스타트업에 관한 한 최고의 국가이지만 우리의 삼성, 현대 같은 자국 내 대기업의 거대 자본과 판로를 이용할 수 없음을 아쉬워한다. 그러나 우리의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네트워크는 쩨쩨하기가 그지없다.

벤처 생태계는 풍성한 기업가 정신, 공정한 경쟁 그리고 원활한 협력 네트워크가 빚어내는 문화다. 벤처기업 3만 개 시대에 적합한 벤처 생태계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벤처기업 3만 개 중에는 좀비 벤처기업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언제 현실화될지 모른다.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맨 숭실대 교수
#벤처#3만#기업가 정신#경쟁#협력#벤처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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