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개발]<8>생태·환경도시, 하남<끝>

  • 입력 2004년 5월 5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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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서하남 나들목에 인접한 경기 하남시 감이동.

차량 2대가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도로 양편으로 100∼200평짜리 조립식 축사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2km 남짓한 거리에만 이런 축사가 50채 넘게 있어 보였다.

100평짜리 한 축사로 들어가자 가축은 없고 아동서적이 가득했다.

이 건물의 관리인은 “3년 전 한 벤처기업에 임대해 주었고 올해 초 한 출판사에 보증금 1000만원, 월 임대료 150만원에 다시 빌려주었다”며 “많은 기업이 창고 장소로 임대비용이 싸고 서울과도 가까운 하남지역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건축물 난무=이처럼 축사가 창고나 공장으로 전용되는 일은 하남에선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전체 면적의 97.2%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인 탓에 이 지역 주민에게 축사의 불법임대는 주된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100평짜리 축사 3채를 소유하면 월 600만원의 임대수입이 보장된다고 이 지역 부동산중개업자는 말했다.

하남시는 지난해 그린벨트 내 불법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2002년의 적발건수(82건)에 비해 무려 40배나 많은 3456건을 적발했다. 건축주 150명이 형사고발됐고 원상복구를 하지 않은 209개 건축물에 대해 7억7000여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됐다.

시 관계자는 “축사로 허가받은 4300여개 건축물 가운데 30여동을 제외한 나머지 건축물 모두가 무단 용도변경된 것”이라며 “이들 건물 전체에 부과할 이행강제금이 200억원이 넘어 그린벨트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역경제가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도시로의 변모=그린벨트가 많다는 취약점을 강점으로 만들어 환경도시로 개발한다는 것이 하남시의 구상이다.

20가구 이상이 모여 사는 집단 취락지 66개소에 대해 우선적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또 20가구 미만인 11개소의 경우 그린벨트로는 남아있지만 개발행위제한이 대폭 완화되는 취락지구로 지정할 방침이다.

문제는 예산. 지난해 9월 66개소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모두 수립한 하남시는 도로와 공원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기 위한 비용을 토지별 또는 건축행위별로 개발행위자에게 부담시킬 계획이다.

하남시는 기반시설 건립비용이 확보되면 중부고속도로와 구리∼판교 고속화도로, 올림픽대로 등 사통팔달의 도로망을 활용해 서울 강남권 대체도시로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20년 장기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하남시는 5개의 생활권을 기능별로 특화시킬 계획이다. 우선 시청이 있는 신장동과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덕풍동 일대를 중앙생활권으로 묶어 행정과 상업의 중심지로 개발할 방침이다.

미사리 조정경기장이 있는 풍산생활권은 강변 레저단지로, 하남시를 대표하는 명산인 검단산이 있는 천현생활권은 등산 레저 및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66개 집단 취락지 가운데 20여개소가 밀집해 있는 초이생활권에는 수려한 자연환경을 활용한 고급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성산성 등 삼국시대의 역사적 유산이 풍부한 춘궁생활권에는 역사·문화벨트를 만든다는 구상.

시는 내년 5월까지 5개 생활권에 대한 구체적 중장기 발전계획을 완성하기 위해 한국토지공사와 올해 1월 지역종합개발사업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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