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폭설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1일 서울에서는 1백여건의 차량사고가 발생했다.
월동장비를 갖추지 못한 차량들이 눈길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일어난 접촉사고가 대부분이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눈길이 빙판길로 변하면서 사상자를 동반한 대형사고도 잇따랐다. 13일 오후 서울 반포인터체인지 부근 도로에서 좌회전 승용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맞은편에서 오던 승용차와 충돌, 5중추돌로 이어져 2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14일에는 경기 김포에서 15t트럭이 커브길에서 빙판에 미끄러지면서 승용차를 덮쳐 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빙판길이 많은 겨울철에는 차량사고 위험이 도처에 널려 있다. 초보운전자는 접촉사고를 내기 쉽다. 노련한 운전자도 운전실력을 과신하다 대형사고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겨울철 교통사고 건수는 연간 사고건수의 20% 가량으로 사계절 중 가장 적다. 교통량이 줄어들고 운전자들이 조심운전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이후 자가운전차량이 급증하면서 겨울철 사고건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겨울철 사고원인으로는 중앙선 침범, 안전거리 미확보 등 운전자 과실의 비율이 다른 계절에 비해 높다. 뒤집어 말하면 운전자가 겨울철 도로여건과 차량 움직임의 특성을 제대로 안다면 불의의 사고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이 겨울철 사고를 막기 위한 첩경이 운전자의 조심운전이지만 당국의 안전시설 설치와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사고다발지역에 안전시설이 많이 보강됐다고는 하지만 빙판길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시설은 눈에 거의 띄지 않는다. 최근 많이 설치되고 있는 미끄럼방지포장(그루빙·Grooving)도 정작 꼭 필요한 곳에는 없는 경우가 많다.
안전시설이 미흡하더라도 제때에 눈을 치우거나 빙판길을 녹인다면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이 또한 기대에 못미친다. 노면 밑에 전열선(電熱線)을 깔아 눈을 녹이는 현대적 제설방식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 서울 반포대교 남단 일부 구간에만 설치돼 있다.
이달초 한 업체가 유지관리비가 전열선방식의 절반밖에 안 드는 「발열(發熱)콘크리트」를 개발했으나 아직 실용화하기에는 이른 단계다. 따라서 여전히 많은 인력을 동원, 모래나 염화칼슘을 뿌리는 방식에 크게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다.
여기에다 제설차량 등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도로구조도 문제다.
교통안전공단 연구교육조정실 권기동교수는 『우리나라 도로는 높낮이차가 크고 커브길이 많아 제설장비를 대거 투입하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겨울철 최선의 운전요령은 바로 「방어운전」이다. 꺼림칙하면 속도를 줄이고 자신이 없으면 차를 몰고 나오지 말아야 한다.
도로교통안전협회 선우효웅홍보부장은 『겨울철 야간운전은 시야가 낮보다 30% 이상 나빠지므로 초보자는 가급적 장거리주행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이철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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