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플라자]사채, 당신의 돈-몸 노린다

  • 입력 2002년 1월 14일 17시 44분


서울 시내 곳곳에 가득 차 있는 사채 대출 광고
서울 시내 곳곳에 가득 차 있는 사채 대출 광고

《사금융업자들의 불법행위는 크게 신체를 담보로 요구하거나 폭행이나 협박, 터무니없는 고금리 요구, 채무자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할 목적으로 한 대출, 당초 계약보다 과다한 청구 및 이중청구 등이 있다. 악질적인 사채업자들은 이런 유형의 행위를 모두 저지르기도 한다.》

▼"윤락가 넘긴다" 성관계 강요하기도▼

▽신체를 담보로 요구하거나 폭행 또는 협박〓작년 10월 부산시 남구 문현동의 한 단란주점에 취업한 종업원 7명은 취업조건으로 사장에게 1인당 300만∼500만원을 선불로 빌린 뒤 매달 10%의 고리이자를 줘야했다. 이 밖에도 결근비 2만원, 지각비 5만원, 보건증 미소지비 50만원 등 각종 명목으로 벌금을 내도록 강요받아 각자 수천만원의 빚을 지게됐다. 사장은 종업원들이 빚을 갚지 못하자 신체포기 각서를 쓰게 하고 여관에 감금해 폭행하거나 지방의 다른 술집에 이들을 팔아 넘겼다. 학대를 견디다 못해 한 종업원이 자살을 했고 유서를 본 경찰에 의해 단란주점 사장은 구속됐다.

중학교를 중퇴한 이모양(17) 등 3명은 작년 7월 유흥비 마련을 위해 사채업자로부터 2개월 만기에 이자율 120%로 500만원을 빌렸다. 이양 등이 돈을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는 “지방윤락가에 팔아넘기겠다”고 협박하고 폭력을 일삼았으며 연체료 일부를 면제해주는 조건으로 성관계를 강요했다. 이양의 신고로 박씨는 구속됐다.

98년 사채업자로부터 2억원을 빌린 전모씨(29·여)와 정모씨(39·여)가 빚을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 오모씨(39·전과 16범) 등은 전씨를 야산으로 끌고가 성폭행한 후 알몸으로 땅에 파묻은 뒤 때리며 협박했다. 이들은 또 정씨의 머리를 도마에 올려놓은 후 생선회칼로 도마를 내리치면서 협박했다. 오씨 등 일당 12명은 경찰에 붙잡혔다.

▼1억5천만원 못갚자 병원 강탈▼

▽경영권 장악 목적〓10여년간 암치료 신약개발을 위해 연구비를 많이 쓴 의사 이모씨(45)는 치료제 개발에 실패하고 카드사로부터 빌린 1억원을 갚지못해 고민했다. 이때 사채업자가 1억5000만원을 빌려줘 카드빚을 해결했다. 그러나 사채를 갚지못한 이씨에게 사채업자는 “가족을 몰살시키겠다” “딸을 성폭행하겠다”는 등 갖은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다. 결국 이씨는 사채업자에게 병원을 넘겨주고 말았다.

서울 동대문시장 근처에서 실내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송모씨(52)는 2000년 6월 사채업자로부터 한달 만기로 150만원을 빌렸다. 빚을 갚지못해 날마다 갖은 모욕을 당한 송씨는 업소를 사채업자에 넘겨주었다.

사업을 하는 이모씨는 작년 5월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대출을 신청했다가 자신이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이혼한 전 부인이 사금융업체로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돈을 빌렸고 사금융업체가 어떤 수단을 발휘했는지 이씨를 신용불량자로 등록시킨 것. 돈을 구하지 못한 이씨의 사업체는 부도 위기에 몰렸고 사채업자는 “헐값에 사업체를 넘기라”고 요구, 이씨는 결국 회사를 넘기고 말았다.

▼이자 눈덩이 집-자동차 뺏겨▼

▽자동차 대출관련 피해〓김모씨는 2000년 5월 사금융업체인 C사로부터 월 18% 조건으로 차량등록증, 백지어음, 인감증명서를 제출하고 500만원을 대출받았다. 매월 90만원의 이자를 내다가 작년 6월 경제사정이 악화돼 일부 이자를 갚지 못했다. 사채업자는 복사해둔 열쇠로 영업용 차량을 끌고가 생계가 막막해졌다.

세탁소를 하는 이모씨는 99년 7월 사채업자로부터 월 36%의 조건으로 250만원을 빌리면서 선이자로 60만원을 떼고 190만원을 받은 후 4개월간 380만원의 이자를 지급했다. 그러다 이자 일부를 연체하자 담보로 설정한 승용차를 끌고 가버려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 금융감독원에 문의를 해보니 대출을 받을 때 이미 자동차매매계약서를 써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차를 돌려받을 길이 없음을 알게됐다.

▽주택 및 전세보증금 담보관련 피해〓박모씨는 2000년 10월 사금융업체로부터 카드연체 대납을 위해 1000만원을 대출받으면서 급한 나머지 건물에 대한 근저당권 1500만원과 전세권 1200만원을 설정해줬다. 그런데 변제가 불가능해지자 경매처분 신청이 들어왔다. 사금융업체는 원금의 3배가량 되는 2700만원을 변제금액으로 설정해 돈을 갚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고 결국 집은 헐값에 경매처분됐다.이모씨는 98년 9월 사채업자 박모씨로부터 월 13% 조건으로 600만원을 100일간 빌리기로 했다. 같은해 12월까지 430만원 밖에 못갚자 박씨는 계속해서 불합리한 이자계산방식을 적용했다. 작년 1월 원금의 4배가 넘는 2500만원을 변제했지만 사채업자는 담보로 제공받은 이씨의 동생집을 경매로 팔아버렸다. 또 이씨의 동생집에 세들어살던 세입자는 이씨 동생을 고소, 이씨는 이중 삼중의 피해를 봤다.

▼잠적했다 나타나 연체高利 요구▼

▽사채업자의 잠적이나 계약 이상의 금액 요구〓이모씨는 2000년 11월 사채업자로부터 월 6%의 조건으로 500만원을 빌리면서 약속어음 1000만원짜리를 줬다. 작년 2월 이씨가 550만원을 갚은 뒤 사채업자가 고의로 잠적했다가 최근에 갑자기 나타났다. 사채업자는 약속어음을 들이대며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돈을 갚을 때 영수증도 받지 못했던 이씨는 결국 1000만원을 갚아줘야 했다.

정모씨는 99년 11월 사채업자로부터 일주일에 8만원씩 갚는 조건으로 50만원을 빌리고 3주일간 이자를 갚아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사채업자가 사라졌고 1년 4개월 동안 연락이 없었다. 그러다 법원으로부터 300만원에 대한 원금 및 이자를 갚으라는 ‘이행권고결정문’을 받았다. 정씨는 다행히 이자를 갚을 때마다 받아둔 영수증을 토대로 법원에 이의신청을 한 상태.

권모씨는 99년 2월 사채업자로부터 월 15% 조건으로 400만원을 빌렸다. 사채업자는 권씨가 이자도 꼬박꼬박 내고 작년 8월 원금을 갚으려 하자 500만원을 추가로 갚을 것을 요구하며 강압적으로 나왔다. 권씨는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사무실에서 황급히 빠져나왔다. 다행히 사채업자는 그 뒤부터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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