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신풍속도⑧]『직장은 정글』동료애가 사라진다

  • 입력 1998년 6월 24일 19시 18분


“아, 옛날이여.”

대기업 H사에 다니는 K차장은 요즘 직장 다니는 재미가 없다. 월급은 깎였고 퇴근 후 동료들과의 흥겨운 술자리도 없다. 근무시간에도 삭풍이 몰아치는 것처럼 분위기가 살벌하다.

‘2차는 무조건 고’였던 K차장은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사노라면’을 노래하던 지난날이 다시는 돌아올 것 같지 않다고 한숨지었다.

‘IMF 직격탄’은 직장생활에도 위기를 몰아왔다. 정리해고 월급삭감 복리후생제도폐지 등으로 동료와 선후배간의 인간관계가 급속히 파괴되면서 정(情)이 사라지고 있는 것.

점차 확산되는 연봉제는 이런 흐름을 더욱 부추긴다. ‘성과’를 의식하면서 동료의식 대신 경쟁의식만이 사무실에 팽배해졌다. 협동과 팀워크를 중시하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생존을 위한 ‘살떨리는’ 정글의 법칙이 대세가 되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있다. 거품경제가 걷히던 94년 일본 직장인 중 회사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회사인간(會社人間)’의 비중은 84년 31.9%에서 19.3%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직장인 사이에 자신들을 비하하는 각종 유머가 유행하고 있다. 살길을 찾아 떠나는 ‘철새파’, 눈치만 살피며 악착같이 버티는 ‘낙지파’, 겉으로는 태연하지만 물밑에서 부업을 찾는 ‘문어발파’ 등이 그것. 직장사회의 정이 사라지는 것은 회사로서도 큰 손실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한창수(韓昌洙)수석연구원은 “직장인들의 위축은 곧 생산력 감소로 이어진다. 회사가 나서서 건전한 경쟁풍토를 조성해주는 것이 노사 모두에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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