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나이는 10대, 신체는 20대, 건강상태는 40대인 아이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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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비만
아동비만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질병’
어른들 무관심이 증세 키워… 가족 여가 즐기며 활동적 아이로

 #1 11세 형민(가명)이는 키 152cm에 체중이 76kg이다. 부모님이 이혼을 한 후 아버지와 둘이 산다. 아침은 거르기 일쑤고 방과 후에 지역아동센터에서 저녁까지 해결하고 집에 온다. 퇴근이 늦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집에서 혼자 빵, 과자, 컵라면 등을 먹고 TV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 11시가 넘어 퇴근하신 아버지와 함께 야식을 먹는다. 채소나 과일을 따로 챙겨 먹은 적은 거의 없다. 자신이 살이 쪄서 아이들이 싫어할 것이라 생각하고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받은 적이 있다. 혈액검사에서 AST/ALT 80/96, 혈압은 140/86mmHg, 중성지방 230으로 측정되었다(간기능 이상, 높은 혈압, 고중성지방혈증).

 #2 14세 효선(가명)이. 키 155cm에 체중 78kg이다. 방과 후에 영어 수학 과학 음악 태권도학원을 매일 번갈아 가며 몇 개씩 다니고 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10시가 넘는다. 학원 가기 전에 학교 앞에서 간식으로 닭꼬치나 떡볶이 등을 먹는다. 저녁은 햄버거 혹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것이 일상이다. 귀가 후에는 라면을 끓여 먹거나 냉장고에 있는 고칼로리 간식거리로 허기를 채운다. 학교와 학원 숙제를 하고 나면 오전 1시가 넘는다.

아동이 고도비만인 경우 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아이들의 목 뒤나 옆, 그리고 겨드랑이처럼 피부가 접히는 곳에 까만 때처럼 피부가 착색되어 있다면 인슐린 저항 징후일 수 도 있기 때문에 병원 검사가 필요하다. 한림대 성심병원 제공
아동이 고도비만인 경우 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아이들의 목 뒤나 옆, 그리고 겨드랑이처럼 피부가 접히는 곳에 까만 때처럼 피부가 착색되어 있다면 인슐린 저항 징후일 수 도 있기 때문에 병원 검사가 필요하다. 한림대 성심병원 제공

 교육부가 발표한 2015년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에 따르면, 초중고교 학생들의 최근 5년간 전체 비만율은 10%초반에서 약 15%로 증가했다. 이 중 고도비만은 2007년 0.8%에서 2014년에는 1.4%, 2015년 1.6%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조사에서 여학생에 비해 남학생에서 비만의 비율이 높았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비만아의 비율이 높아졌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사회 경제적 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해외 연구나 조사에서도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사회 경제적 수준이 낮은 가정에서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별로는 농어촌(읍·면)지역 학생들의 비만율이 도시지역 학생들의 비만율보다 높았다. 뒤집어 보면 사회적 여건과 어른들의 관심에 따라 비만을 줄여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비만은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어른들의 무관심이 ‘질병’으로서의 아동비만을 방치하고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동아일보DB
비만은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어른들의 무관심이 ‘질병’으로서의 아동비만을 방치하고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동아일보DB
소아청소년 비만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

 아동 비만 발생은 유전학적, 환경적, 행동학적 요인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부모의 비만 상태도 아이의 비만 발생에 관련이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원인은 환경적인 요인이다. 성인 비만과 마찬가지로 어린이 비만도 과도한 열량 섭취와 부족한 신체활동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 감소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음료수와 과도한 지방 및 단순당 섭취, 신체활동의 감소, TV나 컴퓨터 사용시간의 증가 등이 알려진 원인이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단순히 아이가 게으르다거나 의지가 부족해서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부모의 관심 부족만도 아니다. 비만이 다양한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이를 개인과 가정의 탓만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한림대 성심병원 박경희 가정의학과 교수는 “소아청소년 비만은 보육제도, 교육제도, 각종 식품안전 관련 제도 등 다양한 분야와 연관되어 있다. 국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표적인 질병”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에서는 저체중인 아이돌을 미화하고 비만한 연예인을 희화시켜 둔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비만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된다. 비만한 아이들은 자신의 체형이 친구들의 놀림거리라 여기고 사회적 위축감을 느끼고 자존감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간혹 가정에서 비만한 아동의 체중 조절을 위해 가족 구성원들과 다른 식단을 차려주고 혼자 운동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는 아동이 자신이 비만 때문에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이캔(ICANN) 프로젝트를 통해 청소년 고도비만의 해법을 찾고 있는 박 교수는 “가족 구성원이 함께 아이의 건강한 식습관과 신체활동에 참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비만상태 관리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과 가족 간의 유대감을 증진시켜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건강할 생활습관과 인식 가르치는 것 중요

 소아청소년 비만은 여느 비만 관리와 마찬가지로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운동이나 움직이는 것이 싫고 귀찮은 것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활동을 권장하는 것이 좋다. 비활동적인 아이는 비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아이의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하루에 TV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을 평균 2시간 미만으로 권장한다. 박 교수는 “TV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일 경우 TV 앞에 운동기구를 놓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 운동을 하며 시청을 허용하게끔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만 예방이나 관리를 위해 아이들에게 음식 먹는 양을 심하게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들은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 무조건 먹는 양을 줄이기보다 기름지고, 짜고 단 음식을 줄이게 하여 건강한 식사패턴을 정립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성장에 필수적이나 섭취가 부족해지기 쉬운 칼슘이나 철분 등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과 식이섬유와 수분, 비타민과 미세영양소가 풍부한 채소 섭취를 권장한다.

고도비만의 경우, 합병증 등 병원 검사 필요


 이미 비만한 상태거나 고도비만일 경우 비만 관련 합병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비만인 아이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것은 간기능 이상,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높은 이상지질혈증, 높은 혈압 또는 인슐린 저항성 등이다. 이런 증상들이 대개 술을 많이 마시는 어른에게 발견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만 아이들에서 간기능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아이의 체중상태는 생활습관이나 신체적인 질병 문제 외에도 부모의 심리상태나 양육태도, 아이의 심리상태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상담도 함께 받을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 지나치게 비만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만은 매우 나쁜 것’이라는 생각은 비만한 아이들의 낙인화, 여학생들의 마른 체형 선호 등의 문제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보다는 아이에게 ‘건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생활습관을 어렸을 때부터 가져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좋다.

:: 아이캔(ICAAN) 프로젝트 


 질병관리본부 주관하에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은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장기 추적 프로젝트다. 소아청소년 고도비만의 효율적인 표준모형을 개발, 실행한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은 고도비만 청소년 300여 명과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아이캔(ICAAN·Intervention for Childhood and Adolescent obesity via Activity and Nutrition)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아이캔은 가족 기반 생활습관 및 행동교정 프로그램으로 10월부터 대상자를 모집하여 총 24개월간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도움말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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