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로 안전 공사장 실현… 대기업 벤처캐피털 덕에 가능했다

  • 동아일보

[성장의 엔진, 혁신금융] 〈4〉 스타트업 키우는 기업 혁신금융
‘로보콘’, 삼성벤처투자 인정받고… 깐깐한 건설현장 뚫어 실력 발휘
유럽 대형 건설사와도 협상 진행
AI반도체 유니콘 기업 ‘리벨리온’… SK 합병뒤 투자-기업가치 껑충

경기 오산시 로보콘 공장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기기가 철근을 용접하고 있다. 로보콘은 국내 유일의 철근 가공 및 조립 자동화 솔루션 업체다. 2023년 삼성벤처투자의 투자를 받았으며 연내 상장이 목표다. 오산=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경기 오산시 로보콘 공장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기기가 철근을 용접하고 있다. 로보콘은 국내 유일의 철근 가공 및 조립 자동화 솔루션 업체다. 2023년 삼성벤처투자의 투자를 받았으며 연내 상장이 목표다. 오산=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최근 방문한 경기 오산시에 있는 건설 자동화 로봇 기업 ‘로보콘’ 공장. 거대한 로봇 팔이 무거운 철근을 자르고 구부리면서 가공하고 있었다. 다른 쪽에선 인공지능(AI) 기반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정교하게 용접하는 등 공정 전반이 완전히 자동화돼 있었다. 로보콘은 회사가 자체 개발한 자동화 솔루션을 국내 건설 현장 곳곳에 공급하고 있다.

건설 현장의 ‘뼈대’를 만드는 철근 작업은 무거운 자재를 수시로 절단하고 옮겨야 한다. 고층 구조물 위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해 큰 사고가 잦다. 하지만 로보콘 공장은 노동 집약적인 고위험 공정에 로봇과 AI를 투입해 근로자를 위험으로부터 지키고, 공사 기간까지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로보콘은 로봇과 AI를 결합한 이른바 ‘피지컬 AI’로 건설 현장의 혁신을 이끄는 스타트업이다. 창업 초기, 기술이 있어도 해외 무대까지 넘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때 돌파구가 됐던 요인은 대기업의 투자였다. 자본뿐 아니라 기술을 보는 안목을 갖춘 대기업식 ‘혁신 금융’이 날개가 돼준 것이다.

● 보수적 건설 현장, 대기업 투자로 뚫었다

2020년 대한제강 사내 스타트업에서 홀로서기에 나선 로보콘은 그동안 100% 수작업에 의존하던 철근 가공 및 조립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인력난과 안전사고 등 건설 현장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었지만, 접촉하는 건설회사마다 “현장에 적용했던 사례가 있느냐”고 물어본 뒤 손사래를 쳤다. 돌파구는 2023년 삼성벤처투자의 ‘시리즈 B’ 투자에서 찾았다.

유망한 기업에 투자해 온 삼성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삼성벤처투자가 로보콘의 기술력을 인정하자 시장의 반응이 달라진 것이다. 로보콘은 이를 발판 삼아 안전·품질 관리가 깐깐한 국내 주요 대규모 공사 현장에서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었다.

반창완 로보콘 대표는 “자금 투자를 넘어 삼성으로부터 현장 노하우를 공유받고, 공동 특허까지 출원하면서 5년 이상 걸릴 조립 기술 고도화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했다”며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며 쌓인 신뢰가 보수적인 건설 생태계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기업 투자가 업계 생태계도 바꿨다. 철근 조립 시장은 제강사에서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라 스타트업이 대형사와 기술을 논의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대형 투자를 통해 신뢰가 쌓이면서 로보콘은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와 직접 계약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글로벌 시공 능력 10위권의 유럽 대형 건설사 경영진이 방문해 도입 협상을 진행하는 등 해외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합류한 ‘시리즈 C’ 투자도 마쳤다. 기업가치는 2년여 만에 500억 원대에서 700억 원대 초중반으로 뛰었다. 올 하반기(7∼12월)에는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게 목표다. 혁신 기술과 생산적 금융이 만나 보수적인 건설 현장의 변화를 이끈 것이다.

● 스타트업 투자로 반도체·로봇 시너지도

국내 첫 AI 반도체 ‘유니콘’(설립 10년 이하 기업가치 1조 원 이상 기업)인 리벨리온도 대기업을 만나 날개를 단 사례다. 리벨리온은 한국 반도체 업계에 있어 ‘불모지’와도 같은 팹리스(설계)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다. AI 추론, 연산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급변하는 AI 시대에 사업의 속도를 내기 위해 2024년 SK텔레콤 계열사 사피온과 합병했다. 엔비디아, AMD와 같은 굴지의 빅테크들이 장악한 AI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홀로 맞서는 데는 진입장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합병을 계기로 SK텔레콤, SK스퀘어, SK하이닉스 등 SK그룹 계열사들과의 AI 사업 협력이 긴밀해졌고 기업가치가 크게 뛰었다. 지난해 9월 진행한 시리즈C 투자에서 3400억 원을 유치했고,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는 2024년 시리즈B 투자 때 인정받은 8800억 원보다 2배 이상으로 커진 1조9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시리즈C 투자에는 영국 팹리스 ARM과 삼성벤처투자도 참여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합병 후 SK하이닉스가 리벨리온 주주로 이름을 올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사업을 설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벨리온은 현재 SK텔레콤과 함께 다양한 국산 AI 서비스에 자체 칩을 도입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ARM과 데이터센터용 서버 개발에 나섰다. 고성능 그래픽카드(GPU) 중심에서 벗어나 ARM의 중앙처리장치(CPU)와 리벨리온의 NPU를 결합해 추론용 AI 서버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LG도 스타트업 투자를 자체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2017년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사 ‘로보티즈’부터 2018년 로봇팔 전문 업체 ‘로보스타’, 2024년 상업용 자율주행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 등 로봇 기업에 꾸준히 투자하며 관련 사업 역량을 키웠다. 그 결실이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홈 로봇 LG 클로이드(CLOiD)로 나타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LG전자는 이르면 내년부터 클로이드에 대한 현장 적용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 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
▽ 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
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
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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