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다시 금성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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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로 뒤덮인 극한 환경
최근 생명체 존재 가능성 대두
지구 기후변화의 미래 예측 가능
美-유럽, 금성 탐사 재개하기로

최근 미국과 유럽이 연이어 태양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행성인 금성 탐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각각 32년, 7년 만에 다시 재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금성은 대기를 가득 채운 이산화탄소의 온실가스 효과로 표면 온도가 500도까지 오르고 황산 산성비가 내리는 ‘불지옥’으로 불린다. 미국과 유럽이 긴 침묵을 깨고 다시 금성 탐사에 나선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달 3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금성탐사선 ‘다빈치+’와 ‘베리타스’를 2028년 이후 발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이 금성 탐사에 다시 나선 건 1989년 마젤란호를 보낸 이후 32년 만이다. 이달 10일 유럽우주국(ESA)도 금성 궤도를 돌며 내부 핵부터 상층 대기까지 탐사할 ‘인비전’호를 이르면 2031년 쏘겠다고 밝혔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탐사선 비너스 익스프레스를 운영한 이후 7년 만에 다시 금성 탐사에 나선 것이다.

한때는 금성이 미국과 옛 소련의 체제 경쟁의 각축장이 되기도 했다. 소련은 1961년 첫 탐사선 베네라 1호를 보냈고 미국도 1978년 파이어니어 12호를 보내며 경쟁에 합류했다. 소련은 1984년까지 베네라 탐사선을 금성에 보내 대기 성분을 알아내고 표면에 내려앉아 행성의 표면 사진과 레이더 지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소련의 붕괴로 경쟁은 시들해졌고 현재는 2015년 금성 궤도에 도착한 일본의 ‘아카쓰키’가 유일하게 남았다.

하지만 최근 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금성 탐사에 불을 붙인 건 수소화합물 ‘포스핀’의 발견이다. 지난해 9월 영국 카디프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금성 대기 구름에서 포스핀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포스핀은 산소가 없는 곳에서 서식하는 혐기성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배출할 수 있다. 금성은 대기가 생물 거주 후보 영역이다. 고도 수십 km 상공은 온도가 지구와 비슷해 공기 중 떠다니는 미생물이 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 온도가 높은 금성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할 실마리를 찾을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금성의 환경 형성 과정을 분석하면 기후변화의 영향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NASA는 2019년 금성이 7억 년 전 온실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지구와 같은 생명체가 살 수 있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NASA가 발사할 ‘다빈치+’는 금성의 두꺼운 대기를 통과하는 구 형태의 관측 장비로 금성의 대기 조성을 측정한다. ‘베리타스’는 금성 표면을 분석해 금성의 지질학적 역사를 파악하고 왜 지구와 다르게 발전했는지 확인한다. ESA의 ‘인비전’은 베리타스가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탐색 장소를 정해 대기부터 금성 내핵까지 분석한다. 데이비드 그린스푼 미국 행성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구와 같은 행성에서 기후가 어떻게 변하는지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러시아와 인도도 금성 탐사 레이스에 불을 댕겼다. 인도는 2024년 궤도선 ‘슈크라얀 1호’를, 러시아는 늦어도 2029년까지 ‘베네라-D호’를 보내기로 했다.

민간 기업도 새로운 금성 탐사에 가세했다. 소형 발사체를 서비스하는 로켓랩은 2023년까지 자사의 발사체로 300kg 소형 궤도위성 ‘포톤’을 금성에 보내겠다고 지난해 8월 발표했다. 포톤에서 37kg 무게의 대기 탐사선을 금성 고도 50km에 내려보내 대기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는 게 목표다. 로켓랩은 이를 위해 포스핀을 발견한 연구팀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금성#탐사#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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