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분쟁서 승리할 것”… 대웅제약, ITC 예비결정 반박의견 추가 제출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0-10-30 18:53수정 2020-11-0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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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ITC 예비결정 오류 조목조목 반박
미국 반독점 기관·현지 전문가 예비결정 비판 이어져
“영업비밀 도용 사실 없고 입증 실패·소송 요건 불충분”
이노톡스 계약으로 묶인 엘러간·메디톡스 관계 주목
대웅제약이 다음 달 있을 엘러간·메디톡스와의 보툴리눔 균주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최종결정에서 승소를 자신했다.

대웅제약은 ITC 예비결정을 대대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한 위원회 결정에 따른 의견서와 원고(엘러간·메디톡스 측) 및 스탭어토니(staff attorney) 서면에 대한 반박의견서를 ITC 위원회에 제출했다고 30일 밝혔다.

해당 의견서들은 현지 시간으로 29일 공개됐다. 대웅제약은 의견서에서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한 사실이 없고 원고 측은 관련 내용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다고 했다. 또한 행정법판사가 원고 측의 믿기 어려운 주장을 단지 원고가 고용한 전문가 증언만을 근거로 삼아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ITC 위원회가 제기한 6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메디톡스 균주와 기술은 영업비밀이 될 수 없고 해당 사건이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메디톡스는 그동안 ‘홀 에이 하이퍼’ 균주가 전 세계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고 한국으로 수입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행정판사는 예비결정에서 해당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메디톡스 균주를 영업비밀로 판단했다. 반면 대웅제약 측은 홀 에이 하이퍼를 포함한 많은 보툴리눔 균주가 지난 194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에서 자유롭게 구할 수 있었고 상업적으로 보톡스 생산에 사용 가능한 균주를 구하는 것은 과거는 물론 지금도 어렵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이번에 새로운 균주를 구매하면서 현재도 균주를 쉽게 구할 수 있고 그 과정이 몇 개월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ITC 예비결정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직접 입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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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어토니 측도 위원회 전면 재검토 결정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스탭어토니가 제출한 의견서에는 새로운 내용이나 근거가 담겨있지 않고 기존 주장을 그대로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스탭어토니는 원고 측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편향된 자세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잘못된 의견으로 예비판결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해당 예비판결 결과는 위원회 전면 재검토 결정으로 이어졌고 원고 측에게 구체적인 질문까지 추가로 제기된 상태라고 전했다.

○ “美서 ITC 예비결정 비판 목소리 이어져”

ITC 예비결정 이후 미국의 저명한 전문가와 기관들 역시 ITC 예비결정에 대해 반박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놨다. 로저 밀그림(Roger Milgrim) 교수는 ITC에 제출한 공익의견서에서 메디톡스 균주가 ‘경쟁우위성’과 ‘비밀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영업비밀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밀그림 교수는 영업비밀 소송 전문가다.

미생물 유전체 분야 권위지인 바트 와이머(Bart Weimer) UC데이비스 교수는 ITC 예비결정 판단 근거로 제시한 폴 카임(Paul Keim) 미국 노던애리조나대 교수의 유전자 검사 결과에 대해 ‘논리비약’이라고 소셜미디어 채널을 활용해 지적했다. 그는 예비결정 판단 근거로 사용된 ‘단일염기다형성(SNP)’ 분석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미생물 포렌식(microbial foensics)’ 방법은 아직 초기 단계로 정확한 검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현지 업계에서는 ITC 예비결정을 두고 쏟아지는 다양한 반박 의견들이 최종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대웅제약 측은 설명했다. 국제경제정책 관련 유관 기관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속 게리 허프바우어(Gary Hufbauer) 선임연구원은 지난 10일(현지 시간) 현지 무역 전문매체 인터뷰에서 “최종결정에서 ITC가 예비결정에 동의하게 된다면 ITC는 완전한 외국 기업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지적재산권 권리에 대한 심판관이 될 것”이라며 ITC의 광범위한 관할권 확대를 경계하는 의견을 냈다.

또한 미국 반독점연구소(AAI)는 수입금지 판결은 엘러간의 보톡스에 대한 독점만 강화해준다는 이유로 위원회가 예비결정을 뒤집어야 한다는 내용의 공익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연구소는 경쟁의 가치를 지키고 반독점 사용을 막아 공익을 수호하는 미국 내 독립적인 비영리기관이다.

반면 원고 측 공익의견서를 제출한 기관은 수입금지로 이익을 얻는 멀츠(Merz) 한 곳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멀츠 역시 미국에서 보툴리눔 톡신 판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대웅제약 나보타가 자사 톡신의 경쟁제품인 것이다.

현지에서 다양한 공익의견서가 쏟아지면서 객관적인 전문가 견지에서 ITC 예비결정의 오류들이 지적된 상황이다. ITC는 제출된 의견서와 공익의견서를 바탕으로 예비결정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대웅과 에볼루스를 비롯해 수많은 미국 현지 전문가와 학자 및 의사들의 요구에 ITC가 동의했고 잘못된 예비결정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예비결정 오류를 바로잡아 최종결정에서 반드시 승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웅제약과 파트너사인 에볼루스 뿐 아니라 미국 소비자들과 의사는 물론 혁신과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도 귀중한 승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엘러간 보톡스
○ 균주 싸움에 원조 보톡스 업체 ‘엘러간’ 거론되는 이유

업계에서는 엘러간이 메디톡스와 손잡은 이유를 ‘보톡스’ 경쟁제품으로 떠오르는 대웅제약 ‘나보타’의 현지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미용 시장을 넘어 치료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미용 제품 고가 유지를 통해 미용 시장을 방어하고 동일한 제품이지만 급여제품이기 때문에 보험사 수가 압박이 예상되는 치료 시장 방어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 하는 것이 본질적인 목적이라는 의견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보톡스 외에 멀츠 제오민, 입센포트 등 다른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엘러간의 마케팅 전략(900kda)에 익숙해진 미국 의료진들이 엘러간 제품을 선호하면서 보톡스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70% 이상을 가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웅제약 나보타는 엘러간과 동일한 900kda 용량 제품으로 비열등성을 입증하면서 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프로모션 전략으로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나보타에 대한 현지 반응이 긍정적인 상황에서 대웅제약에 소송을 걸 명분이 없었던 엘러간은 메디톡스의 소송을 활용해 나보타 시장 진입 저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TC 소송이 제기된 시점도 주목할 만하다. 균주 관련 ITC 소송은 대웅제약 나보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허가 승인을 받기 이틀 전인 지난해 1월 30일(현지 시간) 제기됐다. 엘러간이 나보타 판매 허가 승인 정보를 사전에 포착해 소송을 주도했다는 의견이 있다.

엘러간과 메디톡스의 관계도 눈여겨 볼만하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3년 9월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이노톡스’를 엘러간에 기술수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규모는 3억6200만 달러(약 4000억 원, 계약금 약 730억 원)다. 엘러간이 미국에서 이노톡스 임상 3상을 진행하고 허가 승인 등 계약 조건에 따라 기술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기술수출이 이뤄졌다. 하지만 엘러간은 약 5년 동안 이노톡스에 대한 상업화를 추진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엘러간이 경쟁제품 가능성이 있는 이노톡스에 대한 출시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킨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대웅제약 나보타의 미국 진출이 가시권에 접어들자 엘러간은 이노톡스 임상 3상 진입 계획을 발표하고 나보타가 FDA로부터 판매 허가 승인을 받기 두 달 전에 임상 3상 정보를 등록했다. 기술수출 계약을 맺고 임상 추진 계획을 발표하기까지 6년이 걸린 셈이다.

일각에서는 엘러간이 잠재적으로 경쟁제품이 될 수 있는 메디톡스 제품을 확보해 시장 진출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메디톡스와 엘러간의 ‘연결고리’는 이러한 기술수출 계약 관계에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미국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소셜미디어 채널인 페이스북이 시장 독점을 위해 경쟁사인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며 “엘러간과 메디톡스는 기업 인수 방식은 아니지만 잠재적으로 경쟁제품이 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권리를 확보해 제품 간 경쟁을 사전에 차단하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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