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오르기 힘들만큼 숨차고 어지럽다면 의심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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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심 기자의 긴가민가 질환 시그널]폐동맥 고혈압
폐동맥 혈압 상승하는 난치병… 심장에 부담 줘 심부전 야기

일반적으로 숨이 차고 현기증을 느끼면 빈혈이나 폐, 호흡기 질환을 의심하게 된다. 빈혈은 혈액 중에 적혈구가 부족한 상태로 몸속 산소가 줄어들면 숨이 차거나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감기로 오래 고생을 한 후라면 폐렴이나 천식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빈혈이나 폐, 호흡기 질환인 경우에는 내과나 이비인후과 등에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원인 모를 이유로 호흡곤란과 어지럼증이 계속된다면 ‘폐동맥 고혈압’이라는 예후가 좋지 못한 질환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우리 몸의 혈류는 체순환과 폐순환으로 나뉜다. 체순환되는 혈압을 비침습적으로 측정하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초다. 이후 고혈압이 뇌졸중, 심부전 등 많은 합병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사회에서는 꼭 치료해야 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 됐다.

반면 폐순환되는 혈압을 나타내는 폐동맥 혈압은 일반적으로 심장초음파를 해야만 측정이 가능하다. 2000년도를 전후한 최근에서야 폐동맥 고혈압도 일반적인 고혈압처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질환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폐동맥 고혈압은 이름만 들어선 폐와 관련이 있거나 일반적인 고혈압처럼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희귀난치성질환이다. 결국 심장에 큰 부담을 안겨 심부전을 야기한다. 폐동맥 고혈압은 유전적인 요인이나 선천성 심장 질환, 자가면역 질환 등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우도 종종 보고된다.

폐동맥 고혈압의 증상은 숨참, 흉통, 실신으로 대표된다. 조금만 빠르게 걸어도 금방 숨이 차고 어지러움을 느낀다. 평소 심각한 호흡곤란과 피로감을 있지만 혈액검사나 가슴 엑스레이 등 검사를 하면 아무런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 혈압도 정상이다.

나진오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의 대표 증상이 비특이적이기 때문에 환자가 혼자 질환을 인지하는 것은 어렵다”며 “폐동맥 압력은 일반적인 혈압기로 잴 수 없고 심초음파 검사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단을 한 층만 올라도 △호흡이 빨라지고 금방 숨이 찬다거나 △어지럽고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지속된다면 △또 일반적인 검사에서는 큰 이상소견이 보이지 않는다면 전문가와 반드시 상의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폐동맥 고혈압은 낮은 인지율 때문에 진단이 매우 늦어져 심각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생존율이 좋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폐동맥 고혈압은 진단까지 평균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진단 후에도 올바른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평균 생존기간은 2.8년에 불과하다. 환자와 의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다.

폐동맥 고혈압의 80%는 주로 40대 후반 여성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환 자체가 유전성이 강하기 때문에 가족 중에 폐동맥 고혈압 환자가 있다면 구성원의 60∼80%가 잠재적 환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별과 연령대 상관없이 발생하기도 해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나 교수는 “최근 다양한 치료제가 출시되면서 국내 폐동맥 고혈압의 치료 환경도 많이 개선되고 있다”며 “치료의 핵심은 조기 진단인 만큼 질환 자체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폐동맥 고혈압 초기에는 경구용 치료약제의 병용요법 등을 통한 치료를 할 수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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